고품질 철강 개발 박차 가하는 중국 주목
중국 공업신식화부(MIIT)가 철강을 포함한 주요 기초 소재 산업의 고품질 발전을 위해 표준화 강화에 나섰다. MIIT는 오는 2027년까지 철강, 비철금속, 건축자재, 희토류 등 주요 산업의 표준을 평가하고 최적화하겠다는 ‘기본 소재 산업의 표준 업그레이드 액션 플랜(2025-2027)’을 지난 17일 발표했다.
MIIT는 향후 3년간 디지털 전환 관련 표준 200개 이상, 신소재 표준 100개 이상, 저탄소 이니셔티브 표준 100개 이상을 제정하고 시행할 계획이다. 특히 철강산업은 생산 안전 및 스마트 장비 활용에 중점을 둔 기술 표준과 해양공학, 특수 장비, 베어링, 철강 구조물 건설 등 고급 소재의 품질 표준화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기로 제강, 수소제철, 탄소포집저장과 같은 저탄소 생산 공정 표준과 탄소 배출 계산 및 탄소 발자국 추적을 위한 규정이 포함된 저탄소 목표 달성 표준도 마련된다. 앞서 MIIT는 지난 9월 생태환경부 발표를 언급하며, 철강산업이 올해 안에 국가 탄소 배출권 거래 시장에 포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철강산업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로 평가된다.
이번 조치로 중국 정부는 철강 생산능력 규제에 관한 지침을 최적화해 이른바 ‘양을 줄이되 질을 높이는’ 철강산업 구조 개편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기존 지침에 따라 신설되는 철강 생산설비는 동등한 생산능력을 갖춘 기존 설비를 폐쇄하는 조건으로만 허가되어 왔다.
이를 통해 2016~2020년 사이 약 2억 톤의 철강 생산설비가 영구적으로 폐쇄됐으며, 이를 통해 중국 철강산업의 과잉 생산능력을 조금이라도 억제할 수 있었다고 본다. 물론 아직 중국의 과잉 생산체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중국의 철강 표준화 강화는 글로벌 철강산업의 흐름에 맞추면서 고급 소재 개발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표준화 강화가 단순 규제가 아닌 시장 참여자들에게 명확한 기준을 제공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국내 철강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비해 한국산 철강이 품질에서 우위에 있다고 평가되고 있긴 하지만 이제는 품질 경쟁력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에 산업연구원이 정량 및 정성 분석을 통해 평가한 철강산업 가치사슬 부문별 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철강산업 종합 경쟁력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4위를 차지했다. 종합순위는 일본(92.8), 미국(90.5), 독일(89.7), 한국(85.7), 중국(84.7), 인도(75.6) 순이었다.
한국은 일본, 미국, 독일 대비 경쟁력 격차가 다소 존재하는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근소한 우위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됐다. 중국과 겨우 1포인트의 평가점수 차이만 있었다는 점은 다소 충격이었다. 여러 조사 중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R&D 지출이 중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에 발표된 중국의 ‘철강산업 고품질 발전에 관한 지도의견’에서 매출액 대비 R&D 비중을 2019년 1.26%에서 2024년에 1.5%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바오우그룹은 2022년 기준 3.24%인 R&D 비중을 2035년에는 5%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우기로 했다. 이는 한국 철강사들의 전체 R&D 투자 규모를 넘어서는 것이다.
최근 우리 철강 업계는 수입산 철강재가 국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며 무역규제 장벽을 논의하고 있다. 저품질의 철강재가 저가로 마구 유입돼 온다는 것이다. 현재 실상은 그렇다 하더라도 중국 대형 철강사들이 빠르게 품질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을 결코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된다.
품질에서마저 중국에 뒤처진다면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철강산업의 입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