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포스코그룹, 고망간강 초격차 경쟁력 우뚝…글로벌 LNG 밸류체인 시너지 강화

포스코그룹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망간강을 앞세워 글로벌 LNG 인프라 시장 소재 주도권을 거머쥐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포스코그룹은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과 경제 블록화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초격차 철강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그룹 시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인프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현재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와 수소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기술적·경제적 한계로 인해 완전한 전환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브릿지 에너지’로 LNG(액화천연가스)가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LNG 관련 기술과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LNG 수출 제한을 완화하고 이를 통상 협상 카드로 활용하면서, LNG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밸류체인 전반의 시장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이에 포스코그룹은 그룹 시너지를 활용해 LNG 생산-운송-저장·판매-건설에 이르는 글로벌 밸류체인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극저온 고망간강을 적용해 포스코이앤씨가 건설한 포스코인터내셔널 LNG터미널이 핵심 사례로 꼽힌다. 포스코그룹 장인화 회장은 신년사에서 “글로벌 에너지 정책 기조 변화에 발맞추어 밸류체인간 연계 강화를 통해 수익성 제고의 기회를 찾기 위해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고망간강, 소재 성질도 우수한데 가격도 저렴해? 

2월 26일 찾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후판공장. 광양제철소 3제강공장부터 완제품 공장까지 이어져 시간 단축은 물론 생산효율을 극대화한 라인이다. 이날 후판공장은 고망간강 후판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고망간강은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제품으로, LNG 수요가 증가할 것을 예상해 개발에 착수한 강종이다. 특히 포스코는 고망간강으로 LNG 소재 시장의 혁신을 불러오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기존 LNG 탱크 소재로 사용되던 니켈·알루미늄 합금은 공급 불안정·가격 변동성·낮은 강도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에 포스코는 2008년부터 LNG 저장·운송용 신소재 개발에 착수해 고망간강을 독자 개발했다.
 

철에 다량의 망간(22.5~25.5%)을 첨가한 고망간강은 -196℃ 극저온에서도 우수한 강도와 내마모성을 유지하며, 비자성 특성까지 갖춘 혁신적 철강 소재다. 또한 가공성이 뛰어나고 연신율이 우수하다. 특히 망간은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해 기존 9%니켈강 대비 약 30%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지닌다.

이날 고재윤 광양제철소장은 “고망간강은 포스코 고유의 제품”이라며 “개발에만 15년이 걸렸으며 과정 또한 쉽지 않았으나, 끈질기게 개발 활동을 진행해 현재 양산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고망간강의 안전성과 기능성 입증을 위해 10여 년간 글로벌 인증 획득에 주력해 왔다. 그 결과, 2017년 미국재료시험협회(ASTM) 표준 기술 등재와 함께 2018년 국제해사기구(IMO) LNG 선박 탱크 소재 임시 승인 및 2022년 정식 승인, 암모니아 탱크 소재 규격 등록(2024년), 2023년 미국석유협회(API) 육상 저장탱크 국제코드(API 620) 승인 등의 성과를 거뒀다.

포스코 이순기 수석연구원은 “과거 포스코는 기존 선진 철강사를 추격하는 입장 속 규격 등록을 할 이유가 없었으나, 새로운 소재 개발을 하고 난 뒤, 규격 등록을 스스로 해야 했다”라며 “ASTM을 필두로 각종 규격 등록을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고망간강은 LNG 인프라, 운송, 저장 등 미드스트림 및 다운스트림(발전소, 충전소) 전반에서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광양 LNG 터미널 5, 6호기에 사용되었으며, 현재 공사 중인 7, 8호기에도 적용되고 있다. 향후 초대형 변압기와 같은 비자성 구조물과 잠수함과 전차 등 방산 분야 등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22년 이후 한화오션을 통해 고망간강이 적용된 LNG 연료탱크 탑재 선박 36척이 인도 및 건조 중이다. 

포스코는 이날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직접 고망간강 사업화 과정에 참여한 뒷이야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순기 수석연구원은 “앞서 한화오션에서 고망간강이라는 신소재를 사용하는 것에 주저함이 있었다”라며 “기술적 이슈는 모두 해결됐으나 경영층에 결단만 남은 상황 속에서, 장인화 회장이 고객사 경영층이 고망간강 사용을 결정하도록 크게 기여했다”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국내 소재산업의 모든 기술이 집결된 고망간강을 통해 국내 산업 생태계 보호에도 앞장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순기 수석연구원은 “고망간강을 통해 포스코의 기술이 세계 표준이 되고 있다”라며 “가격 경쟁력이 있는 고망간강으로 탱크를 제작해 중국 대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해외에 빼앗긴 수요를 되찾아와 국내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 역설했다.  

현재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후판부에 고망간강 제품 설비를 구축하고 양산을 진행 중이다. 포스코 정영덕 리더는 “광양 후판부는 제강부터 압연까지 하나로 연결된 일관밀”이라며 “장점을 활용해 고망간강 전용 설비를 구축해 제품 생산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고망간강 후판은 용융망간을 제강 과정 중 기존 용선과 합치는 과정을 통해 생산한다. 정영덕 리더는 “고체 망간을 사용하면 쇳물의 온도가 떨어지지만, 용융망간을 사용하면 온도가 떨어지는 것은 피하고 바로 연주 공정을 통한 생산이 가능하다”라며 “연주 공정에도 고망간강을 위한 설비를 자체 제작해 제품 생산을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 포스코그룹의 기술과 시너지가 집약된 LNG 거점, 광양터미널

26일 오후, 고망간강이 적용된 LNG 탱크를 직접 확인할 기회가 주어졌다. 이날 광양 LNG터미널에서는 7호기와 8호기 탱크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광양 LNG 탱크는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고망간강을 적용하고, 포스코이앤씨가 설계 및 시공한 그룹 시너지의 결정체다. 각 탱크에는 2,650톤의 고망간강이 투입된다.
 

포스코그룹은 LNG 생산부터 운송, 저장, 활용까지 전 밸류체인을 구축하며, 시장 확대에 대비해 수익 극대화와 인프라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2023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포스코에너지와 합병하면서 LNG 밸류체인을 완성했으며, 광양 LNG터미널에는 총 1조450억 원을 투자해 93만㎘의 저장 용량을 확보했다.

특히 5호기와 6호기는 세계 최초로 고망간강이 적용된 LNG 탱크로, 2026년 완공 예정인 7호기와 8호기 역시 같은 소재가 사용된다.

포스코이앤씨 주성철 차장은 “5호기부터 신소재인 고망간강을 도입했다”라며 “처음 사용하는 소재인 만큼 용접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이후 품질 개선을 통해 불량률을 9% 니켈강 수준까지 낮췄다”라고 설명했다. 포스코그룹은 향후 광양 LNG터미널뿐만 아니라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한 국내 다양한 LNG 터미널에도 고망간강을 적용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광양 LNG터미널 하역부두에서는 LNG 선박이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선박은 LNG 충전을 위해 입항했으며, 17만4,000㎘의 탱크 용량 중 4,000㎘만 채운 상태에서 시운전을 실시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김명규 총괄은 “국내에서 시운전이 가능한 민간 터미널은 광양 LNG터미널이 유일하다”며 “현재까지 300척 이상의 시험운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라고 밝혔다. 이날 시운전을 마친 선박은 3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LNG 운반선으로 운항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