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로 본 사모펀드 리스크

2025-03-17     에스앤엠미디어

최근 경제 뉴스 가운데 대형 유통업체인 홈플러스의 기습적인 회생신청 소식이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챙겼음에도 아무런 자구책 없이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되며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비판도 고조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된 뒤 이달 4일 자정께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했다. MBK는 신용평가기관들의 홈플러스 신용등급 평가 하향으로 잠재적인 금융 이슈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부도를 막고 회사를 정상화 시키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의 회생 신청이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했다.

그런데 MBK는 신용등급 강등 직전인 지난달 25일에 운영자금 등을 조달하고자 증권사를 통해 기업어음(CP)과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했다. 그 규모가 6천억 원에 이르는데,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개시로 인해 해당 CP·ABSTB의 신용등급은 ‘D’까지 떨어져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이 상품은 무담보 금융상품이기 때문에 변제순위가 뒤에 있어서 이에 투자한 국민연금이 손실을 보고, 금융권과 입점사, 개인 피해자들도 곳곳에서 등장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MBK가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향을 미리 알고도 금융상품을 팔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MBK와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의혹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국회 정무위원회는 18일에 MBK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 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 대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협회 부회장 등 5명을 긴급현안질의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회는 MBK의 홈플러스 관련 배임 행위 여부를 집중적으로 묻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MBK는 지난 2015년에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대규모 차입금을 갚기 위해 매출이 잘 나오던 우량 점포를 차례로 매각하는 등 빠르게 엑시트에 집중했다고 의심받고 있다.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데 활용한 펀드 운용으로 1조원 안팎의 성과 보수를 챙겼다고 추산되지만 경영 정상화를 위한 아무런 자구책 없이 기습적으로 회생을 신청하여 피해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사모펀드는 특성 상 투자자금을 조기에 회수하고 기업의 가치를 높여 매각하여 투자차익을 얻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 사례에서 보듯이 단기 투기자본의 경영으로는 기업가치를 높이기는 쉽지 않다. 이로 인해 국내 자본시장에서 사모펀드를 통한 적대적 M&A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모펀드의 단기 수익 추구가 국내 기업 생태계와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협하는 한편 기업·일반 투자자들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계 사모펀드의 진출은 국가 경제와 안보와도 직결된 문제여서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국가의 근간이 되는 산업들이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자본에 의해 흔들린다면 국가 경제의 안정성과 미래 성장동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
자본시장에서 사모펀드를 무조건 제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국가 기간산업에 대해서는 ‘돈의 힘’이 아닌 본원 경쟁력을 누가 더 강화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지를 제대로 판단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