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두 원로(元老)가 걸어온 같으면서 다른 삶의 회고

철강 두 원로(元老)가 걸어온 같으면서 다른 삶의 회고

  • 컬럼(기고)
  • 승인 2019.07.24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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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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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元老)란 사전적인 의미는 한 가지 일에 오래 종사하여 경험과 공로가 많은 사람을 말한다. 지난주 우리는 두 철강 원로의 서로 다른 면면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원로는 세상에 큰 족적을 남기고 영면하셨고, 한 원로는 비윤리적인 행위 의혹으로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이에 철강인으로서 애석한 추모의 정을 갖게 했고,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마음에 한때 동업자였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국내 와이어 대부로 불리는 고려제강 홍종열 명예회장의 별세 비보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이었다. 고인이 세상에 남긴 업적이 너무 크고 위대하기에 원로를 보내는 슬픔 또한 컸다.

묵묵히 특수선재라는 한 우물을 파서 세계 최고 선재 기업으로 성장시킨 고인의 경영 인생에는 애국(愛國)이 함께했다.
해방과 함께 시작한 경영 행로는 험로 그 자체였다. 수많은 고비를 넘고 넘어야 했다. 가난한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만이 큰 재산이었다. 끈질긴 노력 끝에 결국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다.

그 제품은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으며 폐허나 다름없었던 국가를 재건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되었다. 건설 현장 곳곳에 고려제강 제품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노란 띠 코끼리 표 와이어’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상표로 자리매김했다. 그 이면에는 홍 명예회장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국가로부터 받은 수많은 훈·포장이 그것을 입증한다.

고인은 욕심 없는 ‘내려놓는 삶’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다음 세대에 길을 터주기 위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고인의 책상에는 ‘사회에 기여하는 삶’이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기업이 사회에 어떤 존재이어야 하는지 늘 고민했던 것이다.

특히 교육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며 모교에 건물을 지어 기부하고, 10억 원이라는 거금을 기탁해 후진 양성에 남다른 관심을 쏟았던 모습은 실천하는 삶의 본보기로 귀결된다.
한때는 D제철 경영자였던 한 원로의 일탈한 삶이 우리를 실망스럽게 한다. 회사를 악한 상황으로 몰고 간 도의적인 책임은 굳이 따지고 싶지 않다. 그 원로의 그릇된 행동을 문제로 삼고 싶을 뿐이다. 어른은 어른다운 행동을 해야 대접받는다. 더구나 그룹을 책임지는 총수라면 자신을 믿고 따르는 구성원들에게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

입에 담을 수 없는 행동으로 송사에 휘말려 먼 타국에서 구차한 삶을 이어가는 원로를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한때는 우리 철강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신 분이었기에 갖는 연민의 마음이 크다. 타의 모범을 보여야 할 사람은 사회 지도층이다.

한 그룹을 책임지는 경영자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세인의 입방아 대상으로 흥밋거리가 된 그 분의 비윤리적인 행동의 종착지가 제발 무죄로 결론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인이 발인하던 날 굵은 비가 내렸다. 하늘도 슬퍼서 눈물을 흘린 것인가…. 반면 연일 매스컴에서 모 그룹 회장의 국내 송환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뉴스가 여전히 화제다.

두 원로의 삶을 보며 애잔한 추모의 마음과 실망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교차하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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