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정년 연장, 임금체계 개편이 우선이다

황병성 칼럼 - 정년 연장, 임금체계 개편이 우선이다

  • 철강
  • 승인 2021.08.0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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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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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 최대 화두(話頭)는 정년 연장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화두를 놓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두 가지다. 하나는 국내 직장 정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간의 수명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단순한 생각이고, 더 큰 문제가 있다. 정년 연장을 반대하는 2030세대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선뜻 정년 연장 카드를 꺼내지 못하는 이유다. 청년층의 극심한 취업난에 괜한 시비(是非) 거리로 비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이 사회적 관심사가 된 것은 국민연금 수령에 기인한다. 우리나라 직장인 정년은 대부분 60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수령 나이는 1961년생은 63세, 1965년생은 64세이다. 퇴직 후 연금수령은 3∼4년의 괴리가 발생한다. 이것을 메울 수 있는 방법으로 대기업 노조가 꺼내든 카드가 정년 연장이다. 고령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도 이유다. 생산인구가 그만큼 감소하기 때문에 정년을 연장해서라도 대체하자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일리가 있고 명분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청년 일자리 감소를 어떻게 해결할 지가 관건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정년 연장 수혜자가 1명 늘어나면 청년 고용이  0.2명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 5명이 정년 연장 혜택을 받으면 청년 1명이 고용에 밀려나는 것이다. 극단적 표현으로 60대 아버지가 살려고 20∼30대 아들을 죽이는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현실은 청년 일자리 감소를 더욱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칫 세대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는 문제이기에 정년 연장은 누구도 적극적인 주장을 펼치지 못하는 ‘뜨거운 감자’이다. 단기적 충격이 크게 발생하는 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주머니 속에 공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자칫 노동시장을 양극화시키는 불씨가 될 수 있기에 살얼음을 위를 걷는 것처럼 조심스럽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는 청년 취업난보다 심각하다. 결국 정년 연장은 기정사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지만 우선 2030세대와 타협이 우선이다. 양 세대가 만족할 수 있는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다만, 정년 연장이 기득권 연장으로 이어질까 하는 우려감이 크다. 물론 2030세대가 용납하지 않겠지만, 그 폐단으로 말미암아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업체가 많기에 하는 걱정이다. 

연공 서열적 임금체계나 근로문화는 배척해야 마땅하다. 이것을 개선하지 않고 정년을 연장하면 기업 부담만 늘어난다. 특히 2030세대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임금체계가 아직 호봉제인 기업이 많다. 이를 성과나 직무급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해야 정년 연장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능력도 없는 사람을 호봉이 많다고 진급시키고, 고임금을 주면 기업의 손해는 물론 젊은 인재가 회사를 떠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처럼 정년을 일률적으로 연장하면 절대 안 된다. 연공서열에 따라 오히려 호봉이 높은 근로자들의 소득이 늘어난다면 2030세대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양궁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선수를 선발했기에 가능했다. 만약 과거 성적을 고려해 선발했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나이와 상관없는 공정한 경쟁을 통한 선수 선발이 최고 성적을 낸 비결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임금체계 개편이 시급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정년 연장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2030세대의 반발이 심하더라도 시류(時流)는 거스를 수 없다. 이에 따라 제도로 정년을 연장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업종별 유연화도 필요하다. 개별 기업 상황에 맞게 정년 연장·재고용 등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고령자가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세대 간 갈등 없는 해법을 찾는 막중한 책임의 공은 이제 노동부 장관에게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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