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소니의 몰락과 포스코의 물적 분할

황병성 칼럼 - 소니의 몰락과 포스코의 물적 분할

  • 철강
  • 승인 2022.02.28 06:05
  • 댓글 2
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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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는 일본 경제의 상징이자 자존심이었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을 살린 것이 소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의 애플이나 삼성보다 훨씬 더 진보적인 혁신기업이었다. 소니가 만들면 그것이 곧 세계 최초였다. 트랜지스터 라디오, 워크맨, 핸디 캠 등이 대표적이다. 텔레비전,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최고 기술력과 가격, 디자인으로 세계시장을 휩쓸었다. 우리 기억 속에도 1980년대 중고생들에게는 워크맨은 좀 산다는 집 아이들의 필수 소장품이었다. 

그러나 소니는 몰락했다. 일본 경제는 자본주의 최대 경제대국 미국보다도 훨씬 더 모범적이고 진화된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칭송받았다. 하지만 소니의 몰락과 함께 일본 경제도 추락했다. 자동차만 근근이 생명을 연장하는 인공호흡기 역할을 할 뿐이다. 소니의 몰락은 현실안주가 원인이었다. 감히 누가 우리 기술력을 따라올 것인가 하는 자만심이 문제였다. 애플과 삼성이 많은 연구비를 투자해 칼을 갈고 있을 때도 자신들의 기술만 믿고 콧노래를 불렀다. 맹신(盲信)의 결과는 나락이었다. 

관료주의가 몸에 밴 최고경영자는 투자할 줄 몰랐다. 과감한 모험정신보다 단기 실적 내기에만 급급했다. 이들에게는 오늘만 있었지 미래는 없었다. 결국 애플과 삼성, LG에 따라 잡히며 세계 매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찬란한 왕조의 처참한 몰락은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기업들의 반면교사(反面敎師) 대상으로 전락했다. 현실안주는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 업계도 이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다.

포스코가 포스코홀딩스(존속법인)와 철강 사업을 영위하는 포스코(신설법인 비상장)로 물적 분할한다. 이에 따라 포스코에너지 등 계열 4사가 포스코홀딩스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 같이 분할한 것은 이유가 있다. 신사업 투자를 전담하는 포스코홀딩스를 전면에 내세워 철강사 이미지를 탈피해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목적이 있다. 포스코는 철강사 중 세계 최고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이 같은 변화를 불러왔다. 

일각에서는 물적 분할을 두고 색안경을 쓰고 보는 시선도 있다.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포스코 위에 포스코홀딩스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하려는 최고경영자의  의도를 의심했다. 혹자는 장기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등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그러나 1월 28일 임시주총에서 출석주주의 압도적인 찬성(89%)으로 이 안건이 가결됐다. 그만큼 주주들도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평가여서 ‘굴뚝기업’ 이미지를 벗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포스코도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 될 수 없었다. 소니의 몰락을 보았기에 더욱 그렇다. 이제 한 우물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 세계적 추세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생존하는 것이다. 포스코도 이 시류에 편승했다.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에 엔진을 달아주고자 물적 분할을 선택한 것이다. 이제 지주회사 중심의 지배구조 구축으로 이차전지 소재 등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신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다양한 사업에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한 것은 다행이다.

다만, 지주사 본사를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많다. 대선 주자까지 감 놔라 배 놔라 간섭이다. 아직도 포스코를 국가 기업으로 착각한 것인지 훈수가 터무니없다. 엄연히 민간기업인 데도 ‘정치적 이슈’로 몰고 가는 것은 한참 잘못됐다. 이처럼 정치권이 최고경영자 거취까지 거론하며 주총 결정을 뒤집으려는 압박은 지나친 간섭이다. 앞뒤를 따지지도 않고 표를 구걸하는 비열한 모습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본사 이전은 포스코가 결정할 일이지 정치권이 간섭할 일이 아니다.  

특히 포항시의 반대가 심하다. 인력 유출과 세수 감소를 이유로 든다. 포항시에서 포스코는 전부일 정도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한다. 시의 격렬한 반대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지주사는 서울에 두지만 사업장은 포항과 광양을 최우선으로 검토한다고 하니 대승적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응해 고려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튼 소니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포스코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본사 이전 문제도 원만히 해결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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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2022-02-28 18:12:31
좋은글 감사합니다.

김** 2022-02-28 14:51:16
소니, 아이와, 도시바, 파라소닉 등.....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를 두려워한 기업들의 몰락은 우리 기업들에게 교훈이 되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란게 더욱 힘들게 하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