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오완수 회장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황병성 칼럼 - 오완수 회장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 철강
  • 승인 2022.04.06 06:05
  • 댓글 0
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삶의 여정 속 그 흔적은 발자취로 남는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 삶에는 우여곡절이 점철되어 있다. 올바르고 곧은 인생을 살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았다면 보람이 크다. 그렇지 못했다면 회한(悔恨)만 가득할 것이다. 한 줌의 흙과 재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부귀영화(富貴榮華)가 죽음 뒤에는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런데도 우리 인간은 집착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삶은 늘 고단하고 힘겹다. 

그 힘겨웠던 이승에서 삶을 내려놓고 지난 2일 먼 길을 떠난 철강인이 있다. 대한제강 오완수 회장이 영면의 길로 들어갔다. 병마와 힘겹게 싸우다 끝내 생을 놓고 말았다. 고인의 발자취에는 철강인의 삶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특히 그는 부산지역 철강 산업 성장의 주역이었다. 그래서 그의 별세 소식을 접한 부산 지역 철강 인들은 안타까움과 슬픔이 더욱 컸다. 철강 대부(代父)를 잃은 심정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숨쉬기에 더욱 그렇다. 

고인은 1975년 선친 오우영 창업주에게서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철강 외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회사는 제강 업체이자 철근, 환봉 등 제조업체로 부산을 대표하는 철강기업이다. 그가 구성원들과 심혈을 기울여 생산한 철강제품은 국가 발전의 든든한 초석이 됐다. 서민들 가정에는 비바람을 막아주는 주택 건설 자재가 되었고, 푸른 강물을 건너게 하는 튼튼한 다리가 됐다. 수많은 업적은 그가 떠난 지금 더욱 빛나고 있다. 그의  이승에서 삶이 위대하게 평가받는 이유다.  

그가 강철 뚝심으로 철강 외길을 걸어왔다고 한 말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구성원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감동을 주었다. “경영자와 구성원 사이에 교류와 협력 없이는 올바른 기업문화가 형성되기 어렵다. 향토기업으로서 50년 넘게 철강 한 분야에만 전력할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여기에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것은 회사가 성장을 위해 경영자가 반드시 가져야할 생각이다. 하지만 이것을 등한시하는 경영자가 많다. 경영자와 구성원의 다툼이 잦은 현실이 이것을 입증한다.   

고인이 부산지역에서 대부로 통했던 것은 이유가 있었다. 1985년 부산경영자협회 이사에 이어 1989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부산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역임했다. 

이 경력을 보면 사업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향토애(愛)도 남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0년 대통령 표창, 1985년 국민훈장 석류장, 1987년에는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2015년 제16회 철의 날 기념식에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국가가 인정했고, 우리 업계가 인정할 정도로 훌륭한 족적을 남겼다.

그는 내려놓는 데도 주저함이 없었다. 2014년 1월 장남 오치훈 사장에 대표이사를 물려준 후 50년 9개월간 재직했던 회사 경영에서 은퇴한다. 고인은 건강이 악화하기 전까지 주 3~4회는 공장과 사무실로 나와 노익장을 과시하는 등 관심이 세심했다. 간섭이 아닌 동기 부여가 목적이었다. 마치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인자하게 웃으며 직원들을 격려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는 한 직원의 말에서 슬픔이 묻어났다. 입버릇처럼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라는 말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오랜 시간 한 가지 일에 뜻을 두고 최선을 다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어디 있겠는가. 회사에는 뛰어난 머리를 가진 사람보다 모든 일에 성실하고 열정을 지닌 사람이 필요하다. 물론 리더에 대한 신뢰나 회사가 제시하는 비전은 필수조건이다.”

생전 그의 말속에는 훈훈한 인간미가 묻어났다. 요즘과 다른 인재상은 애정이 갔다. 디지털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각박하지 않아서 공감이 갔다. 회사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은 불변의 법칙이다. 50년 이상 한 우물을 판 내공이 느껴졌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어른을 더는 볼 수 없음이 안타깝다. 이제 그의 인간적인 생각과 행동은 교훈으로 남았다. 이것을 이어가야 하는 것은 후세의 과제이다. 

소속 구성원과 우리 철강인들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부분이다. 이승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편안한 안식에 들도록 그의 유지를 받드는 것은 우리 몫이 됐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