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전쟁과 철강

황병성 칼럼 - 전쟁과 철강

  • 철강
  • 승인 2022.09.26 06:05
  • 댓글 0
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쟁은 재앙이다.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살상과 파괴가 동반한 전쟁은 용납할 수 없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총공세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7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전쟁에서는 많은 사람이 죽거나 부상당했다. 재산 손실도 엄청나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더구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대란은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당장 닥쳐올 겨울이 걱정이다. 특히 러시아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은 혹한의 겨울 대비에 비상이 걸렸다.

당초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낙승으로 예상했다. 세계 2위 군사 강국인 러시아가 병력 규모와 화력에서 우크라이나를 압도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이 딴판이었다. 서방의 무기 지원과 우크라이나 국민과 군인들의 강력한 항전으로 전황은 러시아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오합지졸의 러시아군은 갈팡질팡했고, 전쟁이 길어지자 사기는 뚝 떨어졌다. 이에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종이호랑이라고 비웃으며 빼앗긴 고토를 수복하고 있다. 전황은 역전되는 분위기다.

전쟁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도 있다. 1·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 베트남 전쟁, 이념과 종교 갈등으로 인한 전쟁 등 무수히 많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크고 작은 전쟁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이 전쟁으로 남는 것은 큰 상처와 아픈 기억뿐이다. 그렇지만 사업가들에게는 부(富)를 안겨주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2차 세계 대전은 연합군의 승리로 끝났다. 이 전쟁의 승리에 크게 기여한 브랜드가 있다. 전쟁 중 군인들의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스팸’이 그 주인공이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식량이다.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군사들의 사기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통조림 햄으로 개발된 스팸은 연합군의 승리를 안겨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유통기간이 길고 조리도 간단했으니 전투식량으로서 안성맞춤이었다. 이 제품의 인기는 현재도 여전하다. 우리나라 음식 부대찌개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재료이다. 하지만 독일 국민들은 스팸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자국 마트에도 찾아볼 수 없다. 전쟁에 패한 아픈 기억 때문일 것이다. 

전쟁과 관련한 브랜드는 또 있다. 전쟁 중 병사들이 햇볕에 그을린 피부와 상처를 낫기 위해 바르던 ‘바셀린’이 그것이다. 이것은 석유 찌꺼기에서 추출해서 개발한 것이다. 음료수인 ‘환타’도 전쟁 중에 개발됐다. 2차 대전 당시 미국이 독일에 ‘코카콜라’ 공급을 중단하자 독일이 대용으로 개발한 음료가 이것이다. 영국 브랜드인 ‘버버리’도 마찬가지다. 연합군이 비바람을 막기 위해 개발한 것이 레인코트다. 이것이 트렌치코트로 진화하면서 버버리의 상징적인 의미로 대중 패션이 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전에 없던 장비가 등장했다. 신개념 이동식 막사가 그것이다. 겉모습은 캡슐형 알약처럼 생겼다. 외부는 고강도 특수 강철로 제작한 것이 특징이다. 우크라이나 철강회사인 ‘메트인베스트’가 자국 군대에 공급하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이 회사는 유럽 최대 제철소 ‘아조우스탈’을 소유하고 있다. 이곳은 개전 초기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에 맞서 최후의 항전을 벌였던 곳이기도 하다. 항전의 상징적인 회사 제품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 막사는 블록 완구처럼 각 부품을 쉽게 조립 또는 분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고 한다. 모든 부품은 개당 최대 중량이 50㎏을 넘지 않는다. 중장비 없이 여러 사람의 힘만으로 만들거나 해체할 수 있다. 이동식으로 된 막사는 강도가 높다. 특수한 고강도 강철로 제작했기 때문이다. 막사 벽에는 쭈글쭈글한 주름을 넣었다. 하늘에서 낙하한 포탄이 막사 벽에 맞았을 때 생기는 파괴력을 줄이기 위해 설계한 것이다. 전쟁 중 특수강의 특징을 살린 또 다른 브랜드의 탄생이다.  

어느 학자는 ‘역사는 역사가와 과거 사실 사이의 상호 작용의 계속적인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다. 이에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의 사실을 비추어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고 더욱 발전적인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브랜드의 탄생도 마찬가지다. 과거 전쟁 중 태어났던 많은 브랜드는 사업가의 부의 축적은 물론이고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전쟁이 장려되어서는 곤란하다. 수많은 인간의 목숨을 앗아가고 재산을 파괴하기에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전쟁은 결코 절대 선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때로는 필요 악이 되기도 한다. 다양한 브랜드의 탄생이 이것을 입증한다. 이 아이러니한 현상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