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중대재해처벌법, 현명한 개정 있어야

황병성 칼럼 - 중대재해처벌법, 현명한 개정 있어야

  • 철강
  • 승인 2022.10.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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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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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완화 vs 강화’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각 주체별 주장이 다 다르다. 산업계는 경영상 부담이 커 제도 시행 추가 유예·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시민·노동계는 법의 사각지대가 많아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기업 활동 위축 완화에 방점을 찍고 보완을 서두르고 있다. 이렇듯 제삼자 입장에서는 어디에 장단을 맞추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이에 논란은 논란을 거듭하면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근로자를 재해로부터 보호하려는 이 법은 잘 못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해 당자들 제 각각이 불만이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문제를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문제의 심각성을 잘 파악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적 불확실성을 신속히 해소하겠다며 입법 보완을 기정사실화 했다.

이 법은 법정형이 너무 높다는 것이 산업계의 불만이다. 법을 위반하면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낸 것보다 죄형이 더 무겁다. 이것은 평등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공감한다. 특히 법 규정이 불명확한 데다 대표이사가 부담하는 형사 책임이 커 명확성과 과잉금지 원칙 등을 위배한다는 것이다. 이에 에어컨 부품 제조사인 두성산업이 첫 번째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규정이 모호하고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형량이 과도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것은 산업계 대부분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징역 하한(1년 이상)에서 상한(7년 이하)으로 사업주 처벌을 완화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의 유예기간을 2026년까지 추가 부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부도 이 문제를 신중히 받아들여 법 완화에 개정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안다. 

이 같은 ‘완화 요구’와 달리 한쪽에서는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참여연대는 최근 ‘2022 정기국회 입법 정책과제’를 내놓으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을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부실한 감독 등을 한 공무원 처벌 도입, 직업성 질병 범위 확대, 안전보건 관리의 외주화 금지 등의 내용을 담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을 더욱 강화하는데 무게를 두었다. 이 내용이 모든 근로자의 주장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이 또한 흘러 들을 수 없다. 

공은 정부로 넘어간 상황이다. 누구도 불만이 없는 입법 보완을 해야 양측 논란은 잠재울 수 있다. 산업계의 입장이 되어서도 안 되고 노동계의 입장이 되어서는 안 되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산업재해로 인한 희생자가 많이 발생하는 국가 중 하나다. 노동자 1만 명당 산재 사망자 수인 사고사망만인율이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상위권에 속한다. 이 수치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지난해도 산재 사고 사망자가 828명이나 발생했다. 하루 2.3명꼴인 셈이다. 이 수치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현명한 법 개정이 뒤따라야 함을 입증하는 사례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정부가 법을 개정하면서 근본 취지를 훼손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법을 무력화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산업계의 입장을 너무 반영해 노동계의 불만이 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지금까지 추세를 보면 이 걱정은 지울 수 없다. 이 밖에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엄중히 집행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기업의 산재예방 활동에 대한 지원도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근본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다. 그래야 산재 공화국 오명(汚名)을 벗을 수 있다. 

기업들의 인식 전환도 시급하다. 안전 관련 인력 및 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하청 업체에 안전 비용을 떠넘겨 온 경영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안전에 대한 투자 확대, 합당한 비용 지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것은 경영 인식이 되어야 한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우리 업계도 이러한 문제를 잘 파악해 현재까지 잘 대응하고 있다. 안전한 일터를 조성하는 것은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과 직결된다. 근로자가 보람을 갖고 웃으면서 퇴근할 수 있는 최대 조건이다. 정부의 현명한 법 개정이 있어야 이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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