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없이 각성도 없다

처벌 없이 각성도 없다

  • 철강
  • 승인 2022.10.2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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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김정환 기자 jhki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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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9개월 가량 됐는데 법이 적용되는 대상에서는 중대재해가 늘고 (적용) 안 되는 곳은 약간 줄었다”며 “감독을 훨씬 더 강화하는 등 조만간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획기적인 로드맵과 대책을 발표할 것”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국민 앞에 약속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노동자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올 초 시행된 중대재해법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체 진단이다. 법 적용 사업장에서 오히려 사고가 늘었다는 대목은 오싹하다.

최근 철강업계에서도 동국제강과 세아베스틸의 근로 환경 안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두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지난 5일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머리를 숙였다.

중대재해법은 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법상 의무를 다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경영책임자가 징역 1년 이상의 처벌을 받는 법으로 현재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된다. 지난해 1월 국회를 통과해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1월 27일 시행에 들어갔다.

국회 환노위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에서의 사고 비중은 전체 443건 중 35.2%(156건)나 차지했다. 고용부 통계에서도 같은 기간 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는 43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

법 시행 이전 사업주들이 안전보건 체계 마련에 박차를 가하면서 지난해 말 산재가 감소하는 듯했으나 법 시행 이후부터 긴장감이 풀어진 셈이다. 경영계를 중심으로 법과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진 탓이다.

이들은 과도한 형량에 따른 입법 보완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중대재해를 바라는 사람이 어딨겠느냐마는 중소기업의 생존을 앞세워 명분이 희석되는 건 우려스럽다.

일각에선 중대재해법으로 5년 안에 대한민국 기업 중 절반 이상이 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법은 마치 과거 ‘성매매특별법’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겁박에 두려움을 떠는 건 사뭇 이해하나 본뜻은 바로 세워야 한다. 본보기가 없는 상황에서 몽둥이는 깎이고 깎여 나무젓가락으로 변모할 공산이 크다. 처벌 없이 각성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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