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중화사상(中華思想)과 중국경제

[초점] 중화사상(中華思想)과 중국경제

  • 컬럼(기고)
  • 승인 2023.01.2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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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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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에 취한 중국, 몰락의 전주곡 울렸나?

중화사상(中華思想) 국뽕에 취한 중국의 행보가 심상찮다. 중국 사람들은 예로부터 자기 민족을 세계의 중심이 되는 가장 발전된 민족이라는 뜻으로 중화(中華)라고 자칭했다. 자기 민족의 우월성을 자랑해 온 사상이 합쳐져 이 말이 나왔다. 자신들의 문화적 역량이 어떠한 다른 문명보다도 우수하다고 믿었으며, 타 문명은 오랑캐로 낮잡아보았다. 공산국가가 되어서는 이 사상이 중국인들 속에 더욱 뿌리깊이 내렸다. 

이 사상은 국가에 의해 깊숙이 세뇌된 젊은이들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물론 해외와 교류가 많은 중국인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중국 국민들의 여권 보유 비율은 고작 8%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이 저들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세계는 글로벌화 해 가는데 벽장 속에 갇힌 생쥐처럼 세상물정을 잘 모르니 자기들이 최고라는 착각에 빠져 헤어나올 줄 모르는 것이다.

■ 후진적 외교 행보에 세계 외면 

2010년대와 2020년대에 중국은 이 중화사상 때문에 타 국가들과 갈등이 심했다. 이에 중국 외교가 시궁창이 되어간다는 지적이 많았다. 미·중 관계, EU 관계, 호주와의 관계가 좋은 예이다. 사드 배치로 틀어진 우리나라와 관계는 최근 팬데믹으로 파생된 외교문제로 더욱 경색되고 있다. 

한때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막대한 지원을 해주며 관계를 돈독히 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현지인 고용을 잘하지 않는 등 투자로 인한 경제적 혜택이 전무하자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에서 반중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도 지금 중국 외교는 과거 명청 시대보다도 후진적이라고 평가한다. 이처럼 중화사상은 중국 외교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이러한 외교적 행보는 잘 나가던 경제에 경고음을 울리게 한 원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경제가 미국을 넘어 세계 제1 경제대국이 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우세했다. 서방 연구기관들은 당초 2030년을 전후해 중국이 미국 경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인들도 이것을 찰떡같이 믿고 오만에 빠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쏟아져 나온다. 중국의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의 지난해 성장률이 2.7∼3.3% 수준에 머문 것으로 추정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중국의 2022년 성장률이 3.2%로 추락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중국인들 밖에 없다. 끓는 냄비 안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죽어가는 데도 그들만 모르고 있다. 

중국은 덩샤오핑 전 국가주석이 개혁·개방을 선언한 1978년 이후 저임금 제조업을 바탕으로 30여 년 동안 고속 성장을 지속해 왔다. 1978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경제는 연평균 10%라는 고도성장을 이어왔다. 2010년에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일본을 넘어서면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우뚝 섰다. 레일 위의 고속열차처럼 멈출 줄 모르고 질주했고,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가하는 형국이 중국 경제였다. 여기에 중화사상이 기름을 부어 중국인들은 마치 자신들이 세계 최고가 된 것마냥 우쭐했다. 이렇게 잘 나가던 중국의 고속 성장세가 꺾였다는 징후가 곳곳에 나오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미국은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정반대다. 이를 보고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진국 함정이란 개발도상국이 고소득 국가로 발전하지 못하고 중진국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거나 오히려 저소득 국가로 퇴보하는 현상을 말한다. 

멕시코, 브라질, 튀르키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수많은 국가들이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까지 올랐지만 빈부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추락했다. 그 전철을 중국이 고스란히 밟고 있다는 얘기다.

■ 과도한 기업 간섭 경제 위축 원인 

전문가들은 원인을 시진핑 주석에게로 돌린다. 그가 집권한 이후 기업 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오히려 경제를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을 기치로 빈부격차를 줄이고 평균소득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쳤지만 성공한 것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은 강력한 성장을 바탕으로 미국이 구축한 국제질서를 파괴하면서 미국 주도 패권을 위협하는 국가란 인식을 키워왔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및 서방국가들로부터 강력한 견제를 불러왔다. 지금껏 세계 역사를 돌이켜 볼 때 패권국인 미국의 견제를 받고 살아남은 국가는 없었다. 이것을 간과한 것이 최대 실수였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 성장의 과실을 취해 온 한국 경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다행히도 변화는 시작됐다. 베트남이 처음으로 지난해 한국의 최대무역수지 흑자 국이 된 것이 신호탄이다. 2018년 흑자 국 1위였던 중국은 지난해 22위로 내려앉았다. 대중 무역수지가 20위 밖으로 밀려난 것은 1992년 적자를 제외하고 흑자를 기록한 해 중에서는 지난해가 처음이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지역 봉쇄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로 대중 수출이 감소했다. 

리튬을 비롯한 산업용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수입은 급증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중국 경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동안 지나친 경제 의존이 볼모가 되어 우리를 불편하게 한 점이 많았다. 이로 말미암아 대국이라 자칭하던 저들이 우리나라에 보인 행태는 소국보다도 못한 것들이었다. 

한한령이 그러했고, 단기비자발급 중단이 그러했다. 문화 도둑질은 도를 넘어서 세계적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자신들에게 의존이 심한 우리 경제의 약점을 잡고 취한 조치였다. 이것은 수출 다변화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말해준다. 더불어 우리 경제의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중국이 미국의 집중 견제를 뚫고 성장을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지금처럼 중국 정부가 경제와 기업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미국의 첨단기술 규제가 지속된다면 중국의 고속 성장은 쉽지 않다. 더욱 중요한 것은 중화사상에 빠져 타국을 배려하지 않는 독불장군 식 외교가 지속된다면 경제도 잃고 사이좋았던 이웃도 잃을 것이다. 지나치게 맹목적인 국뽕인 중화사상이 죽어야 만이 중국이 산다는 것을 저들만 모르고 있다. 우리도 앞으로 저들의 변화를 예상해 완벽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높고 거센 파도를 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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