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개과천선(改過遷善)이 필요한 공기업

황병성 칼럼 - 개과천선(改過遷善)이 필요한 공기업

  • 철강
  • 승인 2023.02.2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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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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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고객은 왕인가?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대접받고 있는가? 이 물움에 그렇다라고 말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현실이 그렇기 때문이다. 고객이 없다면 기업도 존재할 수 없다.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고객들이 희생만 강요당한 채 허허벌판의 허수아비처럼 서럽다. 오늘날 우리는 자신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것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반면 타인을 위한 자신의 희생은 철저히 거부한다. 이처럼 개인주의로 위장한 집단 이기주의가 만연하면서 고객들의 원성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고객의 도움 없이는 기업이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은 순리이고 진리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은 고객에 누가 되지 말아야 하며 하늘처럼 섬기는 것이 이치에 맞다. 이것은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다. 하지만 최근 사태를 보면 결코 고객은 왕이 아니라 희생만을 강요당하는 불쌍한 존재로 여겨진다. 특히 남이야 죽든 말든 자기들만 잘 살면 된다는 집단 이기주의가 도를 넘어섰다. 그것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기업의 봉으로 전락한 배신감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 

고물가, 고금리에 국민들은 더욱 어려운 삶을 호소하고 있다. 대출이 많은 서민들은 원금은커녕 이자 갚기도 힘겨워하고 있다. 사업 자금을 빌려 쓴 우리 업계도 마찬가지다. 곳곳에서 아픈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은행권은 이 아픔을 나몰라 하며 이자 잔치 벌이기에 혈안이다. 이 행태는 천박한 고리대금업자를 보는 듯 불경(不經) 서럽다. 가난한 서민들의 피와 같은 돈이다. 어려운 기업들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번 돈이다. 그것이 은행권 잔치 상의 공물이 되었다는 사실이 허망하고 슬프다.    

예고도 없이 투하한 ‘난방비 폭탄’에 민생은 크게 출렁거렸다. 국민들로부터 따뜻한 겨울나기를 빼앗아간 고지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또 다음을 예고하며 불안감을 키운다. 도대체 얼마나 올라야 끝인가 하는 불안에 보일러 온도를 내리고 내리는 국민들의 마음도 냉골이 됐다. 이 모든 것이 가스공사의 경영난에서 촉발했다. 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허탈하다. 직원 3명 중 1명이 1억 원을 초과하는 고액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 민생 안전은 뒷전이고 제 식구 챙기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회사가 말이나 되는 얘기인가.  

한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억대 연봉자가 3,600명에 육박해 역대 최다를 1년 만에 경신했다. 지난해 30조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로 재무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한 가운데 직원 6.5명 중 1명이 억대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 그들은 어마어마한 손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사기업이었다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칼바람이 매서웠을 것이다. 그런데 왜 공기업 직원은 철밥통이 되었는가. 손실을 국민들의 세금으로 메우며 자기들 밥그릇을 지키려는 집단 이기주의에 따끔한 메스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 투성이 공기업의 전문성은 더 큰 문제다.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는 전문성과 배치된다. 이것은 위기를 키우는 비탈길 굴러가는 눈덩이와 같다. 공기업 운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해쳐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것이 그들이다. 정부가 아무리 구조조정을 강조해도 정치권과 손이 닿아있는 기관장이나 이사의 입김이 더 셀 수 있다.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러니 공기업의 경영이 나아질 수 없다. 그 피해가 국민들의 몫이 된다는 사실이 더욱 억울하다.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난방비 지원이 모든 해결책이 아니다. 임시방편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세워야 한다. 말로만 구조조정을 외치지 말고 실질적인 행동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전문적이고 독립성을 보장해 주며 잘못했으면 책임도 물어야 한다. 더는 공기업 직원들이 철밥통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 때가 되면 승진하는 것이 아니라 사기업처럼 경쟁을 통해 승진하고 살아남아야 한다. 이러한 구성원들의 변화 없이는 만년 적자 공기업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철저한 감시·감독이 뒤따라야 한다. 공기업 또한 더는 국민들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개과천선(改過遷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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