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강업계가 지난 3월 ‘한·중 봉형강/열연 품목별 분과위원회’에서 약속했던 H형강 수출 자율 쿼터제가 지켜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당시 중국의 마안산강철, 진시강철, 라이우강철 등 주요 H형강 수출업체 3사는 보론 첨가 H형강 수출 중단과 연간 38만톤 수준으로 한국으로의 수출을 자율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자율 규제 선언 이후 4개월 동안 국내에 통관된 중국산 H형강은 약속한 38만톤의 절반에 해당하는 19만톤 가량이다. 중국 정부가 약속을 지키려면 남은 8개월 간 월 평균 2만3,500톤 수출에 머물러야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제조업체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보다 중국산 H형강 물량이 많이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실제로 남은 기간 동안 평균 2만톤 수준으로 들어온다면 저가 수입물량에 흔들렸던 유통시장도 안정세를 보일 것이 전망된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지난 2007년에도 비슷한 언급이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와해된 적이 있었다는 이유다.
2007년 중국 정부는 50만톤 정도로 수입 쿼터제를 시행하기로 약속했지만 그 해 수입량은 81만3,000톤을 기록했다. 오히려 2006년 78만5,000톤을 넘어선 수치였다.
특히 르자우강철이나 진시강철의 경우 사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가 사실상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3만톤 아래로 급감했던 올 6~7월 수입량도 중국 정부의 노력이었기 보다는 국내 수요의 부진과 제조업체들의 수입 대응 강화가 맞물린 결과라는 지적이다.
또한 8월 이후 중국 H형강 제조업체들은 기존의 소형에 국한된 보론강 수출을 중대형규격까지 확대했고, 한국향 오퍼가격을 20~30달러 낮추는 등 자율 규제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수입업계에 따르면 9월말부터 들어오게 될 8월 한국향 H형강 계약량은 8만톤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H형강 수출 자율 쿼터제가 사실상 깨진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국가 간의 신뢰를 계속해서 깨뜨리고 있는 중국은 전세계 철강업계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철강업계가 스스로 ‘약자’라는 족쇄를 채우고 중국이 약속을 지키기만을 바라는 것도 어리석은 대응이다. 약속이 지켜지도록 채근하는 것은 물론이며 지켜지지 않을 상황까지 염두 해두고 장기적인 수입 대응 방안까지 마련하는 것이 철강업계에 주어진 숙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