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반 가공, 밀링 가공, 각종 금형 등 가공 전문가들의 집합소
철강,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동 등 다양한 소재 다뤄
재개발 추진, 세입자 대책 수립 중요
문래 철공 공단을 자주 드나드는 기자에게 한 업체 관계자가 물었다.
“입정동 가보셨어요?”
철공소들의 더 오랜 과거를 보고 싶다면 입정동에 가보라는 말이다.
입정동(笠井洞)이라는 이름은 갓(笠)을 만드는 장인들의 집에 우물(井)이 있어 ‘갓방우물골’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입정동 철공소 골목에 가기 위해 을지로 3가역 6번 출구로 나갔다.
볼트 업체, 철물점이 간간이 보이지만 타일(tile) 판매점, 유리 판매점 등도 많아 철공소들이 밀집한 곳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반신반의하며 좌측 골목길로 들어선 기자의 눈 앞으로 낯선 세계가 펼쳐졌다.
낡은 간판에는 ‘선반’, ‘밀링’, ‘금형’ 등의 글씨가 빼곡히 써 있었다.
골목으로, 골목으로 찾아 들어갈수록 금속이 녹는 매캐한 냄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옛 노래들과 함께 1960년대의 철공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 안 있어 손으로 쓴 간판들은 기자를 과거로 안내했다.
기계 부품을 수리하던 한 기능공은 사진 촬영 요청에 멋쩍은 미소를 짓고 다시 불꽃을 일으켰다.
시간이 머문 듯한 골목을 탐험하다가 ‘시보리’라는 간판의 철공소 앞에 홀린 듯 멈춰섰다.
대체 ‘시보리’가 무엇이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기능공은 “강판, 알루미늄판, 동판 등을 가공해 전등갓 모양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분 넘게 제품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기자는 아무리 자동화가 이루어져도 기계가 저 장인의 솜씨를 넘어서는 일은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현재 입정동 철공소 골목에서도 재개발을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관리의 효율성, 위생적인 환경 등을 위해서 재개발은 피해갈 수 없는 일이지만 철공소 사람들은 세입자 보호 대책조차 마련되지 않은 현실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역사가 있고 기술이 있고 삶이 있는 입정동
이러한 입정동을 ‘대상’과 ‘실행’의 공식으로 재개발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