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우리를 봉으로 생각하나?

미국은 우리를 봉으로 생각하나?

  • 철강
  • 승인 2018.03.07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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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63@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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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강금속에 대한 미국발 보호주의 파고가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높아졌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232조 권고안보다 더 강력한 관세 부과를 천명했다.

  철강 25%, 알루미늄 10% 관세는 애초 2안의 53% 관세라는 최악 상황은 피했다. 하지만 25% 관세는 기존 관세에 추가 부과되는 것이기 때문에 수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미국의 전쟁 표적은 중국인데 왜 우리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인가 하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무역수지 적자를 완화하기 위해 적자가 큰 나라를 대상으로 규제를 강화했었다. 1980년대 일본이 그 대상이었고 최근엔 중국이 표적이 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도 덩달아 피해를 보고 있다.

  1980년대 수입 규모가 일본이 한국보다 7배 많았지만, 반덤핑 조사개시 건수는 일본이 19건, 한국이 16건이었다. 미국의 대(對) 중국 수입금액은 2016년 기준 4,628억 달러로 한국의 699억 달러보다 월등히 많았다. 그러나 2017년 상반기까지 반덤핑 조사개시 건수는 중국이 16건, 한국이 12건이었다. 표적을 빗나간 화살은 항상 한국을 향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봉이 된 것은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 문제는 아직 연속선상이다.
미국이 한국 철강제품에 대해 무역 확장법 232조를 적용하리라는 것은 지난해 이미 거론됐었다. 상무부 권고안도 1개월 전에 백악관에 보고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2월 17일에야 민관합동회의를 열었다. 늑장 회의 결과도 “피해 최소화에 적극 노력하자”라는 원칙론만 내놓았다는 소식을 접하며 업계는 실망감이 컸다.

  3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수입 철강재에 대해 25% 관세 부과 의견을 내놓자 세계 각국은 벌집 쑤셔놓은 듯 발끈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은 즉각 보복 관세를 경고했고, 대(對) 미국 최대 수출국인 캐나다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강력한 조치를 할 것을 선포했다. 정작 최대 피해국인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 제소 등 원칙론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이 규제 중인 한국의 철강금속 제품은 27개이며 조사 중인 것은 4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對) 미 수출을 견인했던 강관의 경우 현재 반덤핑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232조 권고안이 4월 확정되면 어려움에 직면한 우리 업계를 더욱 옥죌 것이 분명하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이 발등의 불이 됐다.

  울지 않으면 누가 떡을 주고 달래줄 것인가. 이웃 일본처럼 한국산 철강재가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꾸준히 설득했어야 했다. 아울러 특별대책기구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했다. 지금처럼 중구난방식 대응으로는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실리’는 동맹국은 안중에도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이 중국, 일본 등을 규제하는데 억울하게 한국이 피해를 보는 것은 이들 나라와 산업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미국 시장을 놓고 중국과 경쟁하면서 한국 제품 수출이 늘어나 규제를 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물론이고 업계의 현명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억울하게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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