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포스코 최정우 신임 회장이 임시총회를 통해 제9대 한국철강협회장에 선임됐다.
철강협회장은 1975년 창립 이래 포스코 회장의 당연직으로 이어져 왔다. 포스코가 국내 철강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고 협회비도 상당부분을 부담하다 보니 당연한 일로 여겨져 왔다.
일부 비주류 언론에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협회 내부에서 아무런 불협화음이 나오지 않은 것은 어쩌면 그만큼 포스코가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절대적임을 업계 내부에서 더욱 잘 알고, 충분히 경험해온 탓이라고 이해된다. 특히 철강업계가 당면한 문제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해 수장 선임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적합지 않다고 보인다. 이날 임시총회는 회장 선임에 이어 곧바로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지금 우리 철강업계는 사상 최악의 고비를 맞고 있다는데 별로 이견이 없다. 미국은 물론 EU, 캐나다, 인도, 동남아 등 지역과 국가를 막론하고 보호무역 분위기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연간 3천만톤 이상을 수출해야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는데 내수 둔화 속에 수출마저 어렵다면 말 그대로 활로를 찾을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업계를 대표하고 정부와의 가교 역할을 하는 철강협회의 역할은 더욱 막중하다고 할 수 있다. 수장인 신임 협회장에 기대가 모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 국내 철강업계 경쟁력 약화 근간에는 내부 생태계가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철강산업은 특성상 일관제철부터 단순 압연업체, 유통가공으로 내부 생태계가 구성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압연업체들이 먼저 생겨나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과 일관제철의 협력도가 낮으면 그만큼 경쟁력에 부정적이다. 실제로 반제품과 열연강판, 선재 등의 수입이 상당량을 차지하는 것도 그 근원에는 내부 생태계가 약한 탓이다.
국내 철강산업의 지속 생존발전을 책임지게 된 신임 최 회장의 고민은 단순히 미국 등의 수입규제를 극복함으로써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바로 철강산업 내부 생태계의 강건화로, 업계를 하나로 화합시키고 신뢰를 회복시키는 것에 가장 비중을 두어야 하는 이유다.
최근 한국철강협회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은 예전만 못하다. 업계 공동발전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도 크게 눈에 띄는 것이 없다.
또 최근 상반기 경영실적을 집계한 결과 포스코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근래 최고 수준인 11.9%를 기록했다. 같은 일관제철이지만 현대제철은 6.4%로 오히려 낮아졌다. 업계 전체(53개사)로는 7.5%를 기록했지만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빼고 나면 2.7%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거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물론 궁극적으로 하공정 업체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오히려 독특한 우리의 생태계 구조가 내부 생태계의 신뢰와 협력을 높여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지속생존발전을 가능케 할 수도 있다. 과거 우리는 충분히 그런 상황을 경험했던 것이 사실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지혜를 잊지 말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