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조 과세, 철강·알루미늄 산업 경쟁력에 도움 안 되고 제조업체에는 부담만 안겨”
폴 나던슨(Paul Nathanson) 미국금속제조및수요업체연합(The Coalition of American Metal Manufacturers and Users, 이하 CAMMU) 이사는 지난 3월 15일 새로 임명된 미국 상무부 장관 지나 라이몬도(Gina Raimondo)에게 보낸 서한에서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32조 관세가 CAMMU 회원들과 다른 미국 철강 및 알루미늄 수요산업에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수요산업들은 글로벌 경쟁업체와의 경쟁에서 불리해졌다. 232조 관세는 미국의 철강산업과 알루미늄산업을 보호하기에는 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전체 제조업에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가 2월 10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이미 언급한 것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한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232조 관세가 미국의 철강산업에 도움이 되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반면 수많은 연구결과는 232조 관세가 미국 경제, 특히 제조업 분야에 큰 타격을 주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32조 관세는 미국의 많은 제조기업과 이들이 고용하고 있는 노동자들, 그리고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공급망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행정부의 232조 관세 부과 이후 미국의 제조업체들은 수입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해외 경쟁국들에 비해 원가 부담이 매우 커졌다. 232조 관세가 철폐되지 않는다면 미국의 제조업체들은 원가 상승으로 인해 경영난에 직면할 것이고,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도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CAMMU는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부과되는 232조 관세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 관세는 국가경제 전체를 희생시키면서 미국 철강산업과 알루미늄산업의 일부분을 보호할 뿐이다. 미국의 철강 수요산업 분야에는 620만 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종사하는 데 반해 철강산업계가 고용한 인력은 14만1,700명에 불과하다.
232조 관세는 철강산업과 알루미늄산업의 고용 증가에 큰 영향이 없었다. 실제로 232조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2018년 3월에 비해 2019년 11월 미국의 철강업계와 알루미늄업계의 고용인력은 1,000명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232조 관세 부과 이후에도 철강·알루미늄산업 고용 ‘제자리’, 제조업 고용은 7만5천명 ‘↓’
철강·알루미늄업계 경쟁력 향상 위한 투자 없어, 해외 제조업 경쟁사 제품 수입만 증가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구에 따르면 232조 관세 부과 이후 미국 내에서 제조업 일자리 7만5,000개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관세가 부과되지 않았다면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수요산업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이 해고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232조 관세는 제조업체들의 생산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제조업체들은 더 이상 철강재를 쉽게 구할 수 없었고, 현재 미국 내 철강재 납기는 12~16주에 달한다. 게다가 철강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수천 개의 제조사들은 필요한 원자재를 충분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조달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일부 제조업체들의 경우 오히려 수입산 철강재와 알루미늄에 대한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졌다.
콜럼비아대학과 뉴욕연방준비은행, 프린스턴대학의 공동 연구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32조 관세 부과로 인해 증가한 비용을 미국의 제조업체들과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액션포럼(The American Action Forum)은 2019년 기준으로 미국의 232조 관세와 무역 상대국의 보복관세가 4,600억 달러 이상의 수출·수입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연간 약 570달러의 소비자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CAMMU는 232조 관세가 미국의 철강산업 경쟁력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호무역을 통해 철강산업에 큰 혜택을 줬지만 미국의 철강업계는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을 설비 현대화, 사업 구조조정, 인력 충원 등을 위한 투자에 사용하지 않았다. 실제로 232조 관세 부과 이후 미국 철강업계의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이익의 대부분이 회사 임원들과 주주들에게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232조 관세로 얻은 이익이 미국 철강산업에 필요한 구조조정과 설비, 인력 등에 투자되지 않으면서 경쟁력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미국 철강업체들은 고부가가치 강종 개발 등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지 않고 범용제품 설비 증설이나 공급물량 조절을 통한 이익 극대화에 치중하고 있다.
일부 철강업체들은 관세 부과 이후 멕시코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미국 전역에서 공장 폐쇄와 고로 가동 중단사태가 발생했다. 철강업체들은 방역을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수요업계에서는 공급물량 조절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CAMMU는 “232조 관세가 부과된 이후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수요산업계는 수입 철강재와 알루미늄이 줄어드는 대신 철강 및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해외 경쟁사 제품의 수입물량이 증가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232조 관세는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산업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지도 않고, 제조업계에는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조기에 232조 관세를 철폐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