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의성마늘과 복화 운송

황병성 칼럼 - 의성마늘과 복화 운송

  • 철강
  • 승인 2022.08.15 06:05
  • 댓글 0
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 의성군 하면 떠오르는 것은 마늘과 동계 스포츠 종목 컬링의 팀 킴(Team Kim)이다. 의성군이 고향인 팀 킴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영미 신드롬’을 일으키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국민적 인기는 대단했다. 이에 지역 홍보는 물론, 의성이 컬링 고장임을 전 국민에게 알렸다. 이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유명해진 것이 의성마늘이다. 팀 킴이 의성군 홍보대사로서 큰 역할을 한 덕분이다.

사실 의성마늘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 특산물로 유명했다. 단순 생산에서 가공의 옷을 입고 변신에 성공하면서부터다. 그 변신을 성공시킨 업체가 롯데푸드이다. 이 회사는 상생 협력 모범 사례로 꼽힌다. 2006년 출시한 의성마늘 햄을 시작으로 의성마늘 프랑크, 의성마늘 비엔나를 잇따라 출시했다. 의성군이 품질을 보장한 100% 국내산 의성마늘을 사용해 돼지고기의 풍미를 살렸다.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 인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이에 롯데푸드는 해마다 100여 톤의 마늘을 농가에서 수매하고 있다. 의성군과 협력 관계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특히 2010년부터 시행된 의성군과 함께하는 의성마늘 햄 가족캠프는 의성마늘의 우수성을 알려 지역 농가 발전을 돕고 있다. 이 캠프는 의성마늘을 직접 수확하고 요리도 배우는 알찬 체험 프로그램이 많아 참가자들의 인기가 높다. 농가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상생을 도모하고 더욱 좋은 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회사의 노력은 칭찬 받을만 하다.

이 같은 노력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혼자 하면 어려운 일을 함께 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낸 대표적 사례이다. 우리 업계도 이 같은 일이 있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협력이 좋은 예이다. 경쟁관계인 두 회사가 무엇을 협력한다는 것인가 하고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진짜로 협력하는 사업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물류부문 및 탄소배출 줄이기를 위한 협력이 그것이다. 양사는 제품 운송 선박과 전용 부두 등 연안 해운 인프라를 공유하고, 광양과 평택·당진항 구간에 연간 약 24만 톤 물량의 복화 운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운송은 두 건 이상 운송 건을 하나로 묶어 공동 운송하는 것을 말한다. 공차나 공선 구간을 최소화한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운송 방법이다. 기존에 두 회사는 광양~평택·당진 구간에 각각 연 130만 톤과 180만 톤의 철강을 개별 운송해 왔다. 이에 운송 협력을 맺으며 양사는 연간 각 12만 톤을 상대방 선박으로 운송하게 됐다. 이로써 포스코 코일로 노선이 월 2항 차, 현대제철 전용선이 월 1~2항 차 가량 운항 횟수가 줄어 연간 3천 톤 가량 탄소배출 감축이 예상된다. 소나무 54만 그루를 심는 효과다. 최대 6%의 물류비도 절감한다니 잘 된 일인 것은 분명하다.

고려아연도 최근 한화그룹과 신 재생 및 수소 에너지 등 신사업 분야 사업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고자 손을 잡았다. 고려아연은 한화그룹 계열 한화임팩트의 핵심 투자사인 Hanwha H2 Energy USA로부터 약 4,717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제삼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이다. 지분 5%를 ‘연결고리’로 두 회사는 앞으로 다양한 사업에 협력할 것이다. 특히 고려아연은 신 재생 그린 수소에너지, 재활용을 통한 자원 순환, 2차 전지 소재 개발 등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신 성장 동력의 바퀴가 쉼 없이 돌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 받는다.

이처럼 시대 기류는 생존을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그러했듯이 무한 경쟁자였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글로벌 OTT와 토종 OTT가 국내에서 플랫폼을 합쳐 서비스하고 있다. 자체 OTT와 채널을 두고도 콘텐츠를 경쟁 OTT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에 이용자 수가 늘어나고 콘텐츠 영향력이 확대되는 등 큰 성과를 내고 있다.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상황을 지켜보며 급격한 산업 환경 변화 속에서는 경쟁사와 언제든지 협력 관계가 될 수 있음을 깨우친다.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유연한 생각과 행동이 따라야 한다는 교훈도 얻는다. 의성마늘이 롯데푸드와 협력을 통해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듯이 상생할 수 있는 협력 파트너 발굴이 중요해 졌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과도 동침하는 시대이다. 틀 안에 갇힌 고정관념을 깨트린 결과다. 기업의 발전적인 미래와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변화이고 혁신이다. 이 시류에 편승할 필요가 있다. 늦지 않았다. 지금이 적기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