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강철공업협회, 고품질 철강 생산 등 중국 철강 경쟁력 강화
저부가가치 철강 수출 근절…증치세 회피 불법 수출 ‘철퇴’
중국 철강 수입 줄어드나?…국내 철강업계에 호재
불법 수출 근절 장기화할 수 있나…의견 엇갈려
국내 열간압연강판 시장의 판도가 뒤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으로 인해 철강 가격이 하락하고, 이에 따른 저가 수입재 유입 증가로 몸서리를 치던 국내 업계는 중국 정부의 저가 수출 단속으로 인해 한숨 돌리게 됐다.
최근 중국강철공업협회 뤄테쥔 부회장은 저부가가치 제품 수출을 제한하고 불법적인 경로를 통한 수출을 진행하는 경우 단속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알렸다. 이에 중국 당국도 철강재 불법 수출 단속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2021년 국내 철강시장에서 수입산 열연강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안팎을 나타냈으나, 최근 수입재 점유율은 35%(지난해 기준)까지 올라섰다. 올해 1분기 수입재 점유율도 34%를 유지하는 가운데 5월 이후 점유율에 철강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중국의 속내는 무엇을 품고 있을까?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중국 철강업계는 그동안 수많은 물량을 세계 각지로 수출했다. 특히 낮은 가격을 무기로 세계 철강 시장을 점령해 왔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중국의 철강 수출은 약 2,580만 톤을 기록해 전년 대비 30% 늘었다. 특히 1~2월 기준 수출은 2017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미국과 중남미 등 일부 지역에서는 넘치는 중국산 저가재 수입을 줄이고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산 철강에 대해 고율의 관세 부과를 계획하는 등 산업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연일 드러나고 있다.
중국 철강업계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중국강철공업협회 뤄테쥔 부회장은 중국 광둥성에서 개최된 한 포럼에 참석해 중국 철강산업의 상황과 협회가 주도할 다양한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철강공업협회는 먼저 고품질 철강재 개발을 주문하고 △조선과 자동차 등 주요 전방산업 업황에 맞춘 제품 생산 구조 정돈 △철광석 등 원료 시장 경쟁력 제고 △선물과 자본시장의 강화 등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의 이목이 쏠린 부분은 중국이 공정한 무역 질서 확립을 위한 방침을 시행한다는 것이다. 뤄테쥔 부회장은 고급 제품 중심의 수출을 장려해 글로벌 시장에 고품질 철강재를 제공해야 한다는 청사진을 알렸다. 뤄테쥔 부회장은 중국의 철강 공급 과잉과 이로 인한 가격 하락 추세를 인정하며, 이와 같은 상황은 철강재 고품질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저부가가치를 지닌 철강재와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출되는 제품을 단속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유럽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중국 해관총서는 5월부터 불법 수출 관련 단속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일단은 호재”…가격 정상화 기대하는 철강업계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의 저가 수출 근절 방침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중국 저가 철강재 유입 감소로 인한 국내 열연강판 가격 회복이 기대되는 분위기다.
중국 철강재 가격 상승에 따른 국내 철강재 유통가격 정상화, 내수 수급 안정화 등 부침을 겪던 국내 철강 시황이 일부 회복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다만 중국 당국의 일방적인 정책 방향 선회와 중국 건설 및 부동산 경기를 고려하면 수출 통제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기존 저가 수출을 진행한 A철강사 등을 대대적으로 단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의 열연강판 내수 판매 제품을 소규모 트레이딩업체가 구매한 뒤 증치세(부가가치세)를 회피하는 방식을 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방식으로 유입된 중국산 열연강판 제품 가격은 기존 제품 가격 대비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현재 중국 A철강사의 유럽향 수출이 중단되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번 중국 당국의 조치는 단순 저가 수출 지양이 아닌, 증치세 회피형 불법 수출 단속강화에 의미가 있다”라면서 “일부 중국 철강 트레이더들은 불법 수출로 얻는 이익을 활용해 철강사 출하가격 이하로 국내시장에 덤핑 수출을 진행한 바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 국내 철강 가격이 왜곡되고,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 저가 중국산 철강재로 인한 피해를 최종소비자가 고스란히 받는 구조가 정착됐다”라며 “이번 단속강화 조치와 더불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조강생산량 규제 추진을 발표하는 등 감산 분위기가 형성돼 중국 유통가격이 상승하고 철강 재고가 4주 연속 하락하는 등 중국 시장 분위기도 긍정적이다”라고 부연했다. 이에 철강업계는 국내 철강 가격도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중국의 불법 수출 단속 이어질까…국내 철강업계 ‘반신반의’
다만 중국의 수출 단속 관련 향방에 대해 철강업계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철강업계는 해당 방침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한편 일각에서는 중국의 부진한 철강 시황 탓에 단기적 영향에 그칠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B사 관계자는 “과거 불법 수출에 대한 중국 일부 지방정부의 단속이 시행된 적이 있으나, 경기 활성화 명분에 따라 제대로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종결된 사례가 있다”라며 “다만 중국 해관총서가 5월 1일부터 단속을 시작한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공지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현재 다수의 지방정부가 재원 부족에 따른 부채 이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불법 수출에 대한 단속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이고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라고 부연했다.
반면 중국 당국의 저가 수출 단속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 철강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 및 부동산 시황이 어려우며, 이에 따른 철강 수급 상황 통제가 쉽사리 진행되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C사 관계자는 “현재 중국 상황을 고려하면 저가 수출 단속 등 공급 제한 정책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중국 부동산과 건설업황이 무너진 마당에 이미 공급초과인 상황에서 수출을 통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강력한 철강업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단기적으론 가능해도 중장기적으로 지속되기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