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미국 대통령과 철강 리스크

황병성 칼럼 - 미국 대통령과 철강 리스크

  • 철강
  • 승인 2024.07.2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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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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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은 재천(人命在天)’이라고 했다.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이나 오래 살고 못 살고 하는 것은 다 하늘에 달려 있어 인간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 인생은 4고(苦)라고 한다. 인간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생로병사(生老病死)가 그것이다. 삶은 산전수전이고 구사일생의 운명적인 상황과도 맞닥뜨린다. 이처럼 목숨은 끈질기고 소중한 것이기에 사는 날까지 의미 있게 살아야 하는 이유다.

최근 미국에서 구사일생(九死一生)의 상황이 발생했다. 찰나에 생(生)과 사(死)를 결정짓는 순간을 맞이한 인물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 트럼프였다. 유세 중 총격사건으로 그는 그야말로 죽다가 살아났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살아난 그는 일약 미국의 47대 대통령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특히 이번 사건이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쟁자인 현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를 사퇴하며 대권을 향한 그의 도전이 그침이 없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복잡한 셈법에 빠졌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를 가정해 여러 대응책을 마련해 놓았을 것이지만 수시로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이 갈피를 잡지 못하게 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우리 철강업계의 리스크는 존재한다. 마치 오래된 옹이처럼 깊이 박혀 없어지지 않는 것이 미국발 리스크이다.만약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 우선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보호무역주의 신봉자인 그는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는 악재임이 분명하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으니 답답하다.
   
이 같은 사실은 이미 그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뷰에서 “모든 국가 수입품에 전면적으로 1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60∼100% 세율로 관세를 적용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무역적자 원인이 저율 관세가 적용되는 값싼 수입품 때문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대통령 때 자국 이익 앞에는 동맹도 없는 냉혈적인 무역정책을 펼친 것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걱정이 앞선다. 방위 분담금 증액을 외치던 모습이 무서운 잔상으로 남아있기에 더욱 그렇다.

미·중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더욱 불안하게 한다. 특히 우리 업계의 걱정이 크다. 미국의 제재로 중국이 철강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난감해진다. 지금도 남아도는 물량을 저가로 쏟아내는 중국산 철강재가 더욱 증가할 것이 뻔하다. 이것은 우리 업계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국산 철강재 가격 하락 원인을 제공할 것이다. 수입산 철강재가 넘쳐나는 국내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억울한 상황이 불가피하다. 밀물처럼 다가올 미래가 암담하기만 하다.   

우리 철강업계는 지금 글로벌 시황 부진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지난해부터 가시화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올해 상반기 수출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제도(CBAM) 시행이 다가오면서 우리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선제 대응을 위해 탄소 배출 저감 기술 개발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막대한 자금과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척이 거북이걸음처럼 더디다. 정부의 지원 등이 절실하지만 미흡하기 그지없다.  

트럼프가 대통령 시절 우리는 2018년 3월 한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 철강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추후 알루미늄에 대해서도 10% 추가 관세를 부과받았다. 이러한 과거 때문에 그의 등장이 두렵기만 하다. 그가 피격 후 귀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가운데도 성조기 아래서 주먹을 쥐고 “싸우자(Fight)”라고 외치며 지지를 호소하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총알도 비켜가며 운이 좋은 사림임을 증명한 그가 미국의 47대 대통령이 될지는 아직 모른다. 해리스라는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 정부 측 인사는 “트럼프 진영 인사들이 우리 측에 한·미 동맹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는 더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을 신뢰할 수 없는 것은 상처투성이의 아픈 과거 때문이다. 국익 앞에는 몇십 년 혈맹도 안중에 없었던 미국 우선주의 정책 피해자가 우리였다.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의 외교적 노력은 물론이고 사전 정보 파악이 중요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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