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모두가 문 걸어 잠글 때, 빗장 풀린 韓 철강…“산업 보호 대책 마련, 이제는 행동해야”

[이슈] 모두가 문 걸어 잠글 때, 빗장 풀린 韓 철강…“산업 보호 대책 마련, 이제는 행동해야”

  • 철강
  • 승인 2024.08.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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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형원 기자 hwlee@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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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쌀 철강…철강의 쌀, 열연강판 둘러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산은 물론 일본과 인도, 베트남까지 대상
결국 열린 시장은 한국뿐…“세계적 흐름에 맞춰가야”

세계가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열간압연강판 등 범용 철강재 시장 보호에 나서는 가운데 국내 철강 시장은 여전히 저가 외산 철강재 침투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업계는 최근 베트남과 유럽 등 주요 철강 소비 지역에서 열연강판 관련 무역장벽을 세워지는 모습에 대해 국내 시장의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각국의 무역장벽이 세워진 뒤, 갈 곳을 잃은 제품들이 무역장벽이 전무한 국내 철강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산업의 쌀인 철강 중 가장 기초 제품인 열연강판 시장을 지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나오는 와중에 국내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열연강판은 산업의 근간이 되는 철강재”라며 “국내 모든 산업의 기초 소재로 사용되는 열연강판 시장을 지키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장벽 쌓는 세계, 중국은 물론 일본·베트남까지?…갈 곳 잃은 중국산·일본산, 종착지는 한국? 


철강업계에 따르면 베트남과 태국. 유럽연합(EU) 등에서 열연강판 관련 반덤핑(AD) 조사가 개시되거나 향후 개시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태국의 경우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연장하기도 했다. 

지난 7월 26일 베트남은 중국과 인도에서 생산된 일부 열연강판 수입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베트남 산업무역부의 조사는 호아팟그룹(Hoa Phat Group)과 포모사하띤스틸(Formosa Ha Tinh Steel)의 청원으로 시작됐다. 조사 기간은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이며 향후 소급 적용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은 현대제철이 생산한 열연 제품. 현대제철 제공.
사진은 현대제철이 생산한 열연 제품. 현대제철 제공.

베트남 정부가 주장한 관세율은 중국산 27.83%, 인도산 22.27%다. 올해 중국산 열연강판의 베트남 시장 점유율은 74%다.

아울러 태국도 중국산 저가 철강재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연장하며 자국 내수 산업 보호에 나서고 있다. 태국 정부는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의 연장 조치로 합금 첨가 열연강판에 대해 30.9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고 최근 밝혔다.

태국 외무부는 지난 2023년 9월 16일에 중국의 17개 철강사에 대해 합금 첨가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외무부는 해당 제품이 열연강판 제품에 합금을 첨가하고 다른 HS 코드로 수입을 진행함으로 기존 반덤핑 관세를 회피했는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덤핑 수출이 인정돼 지난해 9월부터 소급해 8월부터 30.91%의 반덤핑 관세 부과가 결정됐다. 이번 반덤핑 조치는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기존 30.91% 반덤핑 관세의 일정을 따르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업체들은 미량의 합금을 추가해 열연코일 반덤핑 조치를 회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도 일본, 인도, 베트남, 이집트에서 수입되는 열연코일에 대한 반덤핑 조사 조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산 철강재가 재수출하는 국가를 통해 무역규제와 관세를 회피해 유럽연합으로 수입된 경우가 적발된 것이다. 특히 유럽연합은 기타 국가 쿼터를 15% 한도로 설정했으나 규제를 회피해 수출량을 유지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으며, 해당 규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쿼터 최대 수출국인 베트남, 이집트, 일본, 대만은 7월 1일 새로운 쿼터 기간이 시작되자 금세 쿼터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 결국 열린 시장은 한국뿐…“세계적 흐름에 맞춰가야” 


철강 중 가장 기초 소재인 열연강판을 둘러싸고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를 더욱 강화하는 가운데 국내 열연강판 시장은 방어 수단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연강판은 냉연강판과 컬러강판, 도금류, 강관 등 다양한 철강 완제품의 소재로 사용된다. 

철강업계는 열연강판 등 기초소재 시장을 지켜내지 못하면 냉연강판과 강관 등 하공정 철강재 시장도 서서히 경쟁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소리 높이고 있다. 철강업계에서 소재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저가 수입산의 대량 유입으로 국내 열연강판 가격 체계가 무너진다면 연관된 제품군의 가격이 도미노처럼 쓰러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중국산 저품질 소재로 만든 냉연강판과 강관 등 하공정 제품의 품질 경쟁력 약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세계적 철강산업 보호무역주의 강화 추세에 따라 최근 베트남과 태국, 유럽 등에서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개시 결정 및 조사를 진행 중이다”라며 “특히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은 일본과 중국이 조사 대상이 됐으며, 향후 해당 지역 수출감소분은 무역규제가 없는 한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철강업계는 자국 열연강판 관련 반덤핑 조사개시 결정 이후 해당국으로 향하는 오퍼(Offer)가격을 톤당 10~15달러 낮춰 선제적 밀어내기 수출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성사된 계약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해당 물량과 같이 갈 곳을 잃은 물량은 국내로 저가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연합의 조사 대상이 되는 일본도 제재가 가해진다면 한국향 수출을 공격적으로 시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은 국내 철강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국내 산업 피해를 막기 위해 이러한 세계적 움직임에 대응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 또한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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