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물 보다 싼 中 철판 감당 못 해”…철강 등 국가기간산업 붕괴 우려 더욱 커져

[이슈] “물 보다 싼 中 철판 감당 못 해”…철강 등 국가기간산업 붕괴 우려 더욱 커져

  • 철강
  • 승인 2024.09.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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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형원 기자 hwlee@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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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뚫고 내려간 중국 철강價…“철판이 물 보다 저렴하다”
“국가기간산업 무너뜨리는 불공정 무역 행위 막아야”
반덤핑 조사 개시 여부 예의주시하는 조선업계…중견 조선사 대응 방안 찾기 혈안
27일, 산자부·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중소형 조선사 대상 의견 취합 나서

중국 철강업계의 저가 밀어내기 수출로 국내 철강업계의 실적이 곤두박질한 가운데 산업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가기간산업 중 하나인 철강업은 각종 산업에 사용되는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국내 철강업이 중국발 덤핑 물량으로 무너지게 된다면 국내 전체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특히 철강의 경우 대규모 장치산업으로, 산업이 한번 무너진다면 재도약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될 수 있다. 


■ 한계를 뚫고 내려간 중국 철강價…“철판이 물 보다 저렴하다”


올해 국내 철강업계는 글로벌 철강 수요 부진과 중국 철강 물동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실적 악화를 경험했다. 특히 현대제철의 영업이익률은 1분기에 1%를 밑돌았으며 2분기에도 1%대를 나타냈다. 

이 가운데 후판 부문의 실적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철강업계 내부에선 철강 중 최악은 ‘후판’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건설 등 주요 전방산업 업황 악화로 철강 수요 전체가 줄었다”라며 “특히 국내 후판 시황은 다른 철강재와 비교해도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국산 후판 판매는 약 290만 톤으로 7년 만에 300만 톤을 밑돌았다. 반면 중국산 후판 수입은 약 77만7천 톤으로 8년 만에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조선업황이 개선됐지만 정작 국산 판매는 줄고 수입 물동량은 역대급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산 후판 수입 폭증은 중국 철강업계의 비정상적 수출가격 책정의 영향이 크다. 올해 중국 철강업계는 한계원가 이하의 오퍼(Offer)가격을 제시하며 국내 시장 잠식에 나서고 있다. 

본지가 추정한 9월 제선원가는 267달러(중국 CFR 기준, 원료 투입에 따른 단순 추정치)다. 실제 쇳물 비용은 이보다 더욱 높게 형성된다. 이에 현지 원료 수급과 설비 상태를 고려해도 중국 철강업계의 후판 단순 제조원가는 톤당 500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9월 하순 기준 중국 철강업계의 한국향 후판 오퍼가격은 비선급 기준 톤당 400달러 중후반대까지 내려앉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재의 경우 톤(ton) 단위로 언급돼 제품 가격이 높아 보일 수 있다”라며 “실제 킬로그램(kg) 단위로 볼 때 저가 중국산 철강재 1kg은 500~600원 수준이며, 이는 생수보다 저렴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 국가기간산업 무너뜨리는 불공정 무역 행위 막아야 


국내 철강 시황을 흔들고 더 나아가 철강산업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저가 중국산 물량에 대항하기 위해 철강업계 또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7월 현대제철은 저가 중국산 후판을 대상으로 반덤핑 제소 신청에 나섰으며, 무역위원회의 조사 개시 여부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현대제철의 이러한 움직임은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과 국가기간산업 보호에 목적이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 수입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계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수입되는 저가 물량과 같은 불공정한 무역 행위를 바로 잡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 내수 후판 수요는 연간 1억 톤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물량은 약 130만 톤 수준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철강의 입장에서 한국향 후판 수출 물량은 절대적으로 많은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수입되는 물량의 가격 자체가 국내 산업을 무너뜨릴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사진은 현대제철이 생산한 후판 제품. 현대제철 제공.
사진은 현대제철이 생산한 후판 제품. 현대제철 제공.

아울러 현대제철은 국가기간산업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낮은 가격으로 전 세계를 석권한 중국의 태양광 산업의 사례를 비춰볼 때, 중국 철강의 저가 공세로 인해 국내 철강기업의 생존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중국의 전략은 단순하다”라며 “철강업도 중국과의 저가 경쟁에서 결국 무너진다면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철강과 석유화학과 같은 국가기간산업은 셧다운 이후 투자 비용 등을 이유로 다시 가동하기 어렵다”라며 “중국이 당장 저렴하게 판매하더라도 향후 국내 기업이 무너진다면, 결국 가격 주도권은 중국 철강업이 쥐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 반덤핑 조사 개시 여부 예의주시하는 조선업계…중견 조선사 대응 방안 찾기 혈안 


철강업계가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신청한 가운데 조선업계 또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적용 여부에 따라 대형 조선사와 중소형 조선사의 대응책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입 물품을 들여오는 통관 방식과 보세공장 등의 영향으로 반덤핑 적용 여부는 중소형 조선사에 더욱 민감한 주제다. 

중소형 조선사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이 높아, 관련된 내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 “대형 조선사와 비교해 더욱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후판을 수입할 때, ‘수입신고’ 방식을 이용한다”라며 “만약 반덤핑 관세가 적용된다면, 강재를 들여올 때마다 세금을 계속해서 납부해야 하며 이에 따른 자금 운용 등 경영 활동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중소형 조선사의 경우 수입 통관 방식을 기존 ‘수입신고’에서 대형 조선사가 적용 중인 ‘사용신고’로 변경하는 등의 움직임을 전개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사의 경우 항만을 보유하지 않아 보세공장 확보 등의 어려움이 있으나, 통관 방식 변경에 대한 의견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27일 중소형 조선사를 대상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중국산 후판 반덤핑 제소 관련 의견 취합에 나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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