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그리스 로마 시대 벽화에는 ‘요즘 애들 버릇이 없다’는 말이 쓰여 있다고 한다. 어느 시대이던 젊은이들이 어른들에게는 당돌해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어른들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보니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자. 지금의 어른들도 젊은 시절, 당시 어른들 눈에 비친 모습은 버릇없고 마땅치 않았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세대와 생각의 차이에서 일으키는 갈등이다. 상호 이해라는 타협점이 상실된 데서 내려지는 일방적 정의 일수도 있다.
젊은 직장인들이 좋아하는 불금인데도 아들이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불콰한 얼굴을 하고 뭐가 못마땅한지 혼잣말로 ‘씨씨’ 거리며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직장일이 힘드냐고 물어도 아무 말이 없다. 말을 붙이기가 조심스러울 정도로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분명히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알 수 없으니 답답했다. 알기를 포기하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거실에는 빈 소주 병이 여러 개 뒹굴고 있었다. 아들은 그렇게 자신만의 거사를 치르고 쿨쿨 코를 골며 늦잠을 자고 있었다. 순간 뇌리에 ‘MZ 스럽다’는 생각이 스쳤다.
직장에서 늘 겪는 일이었다.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직장인들은 간섭을 받기 싫어한다. 그리고 자신의 기준에 부당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지시가 내려지면 당당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일을 시키는 입장에서는 속에서 천불이 날 정도다. 과거 자신의 신입 시절과 다른 행동이기 때문이다. 영문도 모른 채 선배들이 시키면 아무 말도 못 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했었다. 그때와 너무 다른 MZ세대들의 행동은 종종 상사의 화를 돋우는 불씨가 된다. 아들이 뿔이 난 이유도 알고 보니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상사에게 크게 혼나고 억울한 심정을 술에다 푼 것이다.
시대는 변화하는 생물과 같다. MZ세대들의 거침없는 행동을 잘못됐다고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느 시대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 기준에는 모나고 부족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부정적인 생각 이면에는 청년 세대에 대한 몰이해가 깔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버릇 없고 철이 없다고 단정짓는 것은 잘못 됐다. 그렇게 보이는 것을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그래야 세대 간 갈등의 골을 조금이나마 메울 수 있다.
일상으로 들어가 보자. 행색이 초라한 할머니가 지하철역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유난히 행동이 부자연스러운 불편한 모습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그 전단지를 받아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특히 나이 든 세대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갔다. 유심히 살피던 중 특별한 상황을 발견하고 놀랐다. 젊은 세대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심한 얼굴이었지만 하나도 할머니의 손을 부끄럽게 하지 않았다. 공손히 두 손으로 받아가는 젊은이도 있었다. 이 모습을 보고 젊은 세대들을 버릇없고 이기주의적이라는 인식이 확 바뀌었다.
일상의 단편적인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고운 심성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 기성세대와 다른 순수함이 그들 속에 내재해 있었다. 그것을 기성세대들은 잘 모를 뿐이다. 눈앞에 보이는 행동만으로 그들을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개구리 올챙이시절 생각 못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기성세대들도 옛날에는 다 그랬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그들이 어떤 직장 생활을 원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상호 이해라는 타협점을 찾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기성세대들은 그들이 만족해하는 직장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자신들처럼 대기업을 선호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MZ세대는 달랐다. 첫째 그들은 “임금·복지가 좋다면 기업 규모는 관계없다”라고 생각한다. “임금·복지보다 워라밸이 중요하다”가 다음을 차지했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다. 임금이 높다면 비정규직으로 취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니 놀랍다. 번듯한 대기업을 최고로 여겼던 기성세대에게는 이 같은 결과는 충격적이다. 신 세대의 변화 바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편협한 생각으로는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결과를 놓고 보면 경영자와 상사들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길이 보인다. MZ세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인류는 변화를 통해 발전해 왔다. MZ세대들의 생각과 행동도 변화의 바람 중 하나다. 이것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회사도 발전하고 사회도 발전한다. “이런 것이 MZ야?”라는 부정적인 생각보다 “역시 MZ야!”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마땅하다. 때로는 당돌하고 거침없는 행동이 회사와 사회에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들도 기성세대가 된다. 그때 지금의 기성세대처럼 같은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