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늘만 쳐다봐 풍년 기약 어렵다…자생력 갖춘 철스크랩 상생 발전"

(인터뷰) "하늘만 쳐다봐 풍년 기약 어렵다…자생력 갖춘 철스크랩 상생 발전"

  • 철강
  • 승인 2024.11.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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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김정환 기자 jhki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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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정 제12대 신임 한국철강자원협회장
뼈아픈 철스크랩 업계 단결 부족…구조적 한계 이어져
조직력 갖춘 재정 자립…회원-非회원 차별 명확히 둘 것
'기울어진 운동장' 제강사 전향적 자세 전환과 지원 촉구

수장 공백 사태 장기화로 존폐 기로까지 내몰렸던 한국철강자원협회가 마침내 제12대 회장으로 황호정 인동스틸 대표를 내정했다. 황호정 신임 철강자원협회장은 다음달 5일 이취임식을 통해 공식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정식 취임을 앞두고 22일 본지와 만난 황 내정자는 시작부터 '사람의 마음'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원사 간 소통 부족이 지난 협회의 치명적 문제였음을 꿰뚫어 본 걸까. 내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각 지역 주요 회원사로 달려가 상호 협력을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리라.

유명무실한 협회 운영 체계도 손본다는 계획이다. 기존 직능부회장제를 폐지하고 이른 바 '젊은 피'로 지역별 부회장을 선임해 협회의 역동성을 높이겠다는 포부다. 과연 어떤 구상일까. 이날 인터뷰를 위해 본인의 의지를 가감 없이 꾹꾹 눌러쓴 밤샘 준비 자료가 인상적이었다.

 

황호정 제12대 신임 철강자원협회장

Q. 협회가 존폐 기로에 놓이는 등 가장 어려운 시기에 회장직을 맡으셨다.

협회 정관상 회장은 연임까지만 가능하나 지난 2월 정기총회에서 후임 회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존폐 여부를 고민해 보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회장단과 청장년분과위원들이 여려 차례 만나 협의한 결과, 철스크랩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유일한 창구란 점에서 반드시 존속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협회 운영 변화와 활성화를 위한 적임자들이 몇 명 거론되던 가운데 회장직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오랜 고민 끝에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데 30여년 몸담았던 업계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생각으로 맡게 됐다.

올해가 협회 창립 34주년이다. 사람으로 치면 청년인데도 활력이 없고 회원사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이번 임기 동안 회원 확대 및 재정 자립도를 달성해 회원들이 먼저 찾아오는 협회를 만들겠다.

 

Q. 전임 집행부에 대한 평가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전임 회장과 집행부도 여러 힘든 여건 속에서 6년간 열심히 달려온 것으로 안다.

2050 탄소중립 정책 실행에 대비해 협회 내 '탄소중립 TF'를 운영했으며, 한국철강협회와 공동 사무국 역할을 하는 '철자원 상생포럼' 발족해 우리 업계의 발전 방향을 수립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 결과는 곧 정부에서 발표할 '철스크랩 산업 육성 방안'을 보면 노력의 정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회원사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Q. 기존 협회 운영 체계도 변화를 준다고 들었다. 특별한 구상이 있나.

조직도상으로 수석부회장과 직능부회장, 지역부회장, 사무국을 두고 있지만 부회장제도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 다수의 의견 수렴과정을 생략한 채 협회를 운영해 온 것으로 안다.

철우회와 광주스틸샷 등이 지금은 지역별 동호회로 운영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공식적인 협회 지부 조직이었다. 앞으로는 지역과 중앙 사무국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협회를 운영해 나가도록 지부 조직을 강화할 생각이다.

특히 직능부회장제는 취지는 좋았으나 협회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명무실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지역 부회장도 지역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 선임하려 한다. 협회를 역동적으로 만들어 갈 생각으로 현재 지역 부회장 인선에 고심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에 천안아산으로 이전한 협회 사무국에 교육장을 만들어 정기적인 교육과 회의 등을 개최하며 협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갈 계획이다.

 

Q. 그간 협회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많았다.

현재 우리 협회는 구조적 한계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것은 맞다.

우선 회원 수가 적고 재정이 취약하다. 국내 제강사에 납품권을 가진 구좌업체가 2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협회에 가입된 회원 수는 40곳이 못 미친다. 즉 가입률이 20% 미만이다.

회원사 확대가 급선무긴 하지만 협회가 '나'를 위해 해주는 일이 없는데 왜 회비 내고 시간 들여 참여하느냐는 말들이 많더라.

협회가 특정 회사만을 위해 일할 수는 없다. 사업에 미치는 법적·제도적 규제나 혜택에 차별성을 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실행했던 상생펀드 자금 지원같이 회원-비회원 간 차별을 명확히 둘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 회원사들에게 메리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회원사 간 소통 부재와 낮은 참여율도 있다. 전임 집행부에서 '소통·배려·참여' 를 강조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우리 업계가 상호 경쟁 관계이긴 하나 전체의 성장 발전을 위해선 소통하고 뜻을 모아야 한다. 협회가 내게 무언가 해주기를 바라는 건 당연하지만 그보다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면 좋겠다.

한국철강협회는 상근 인원이 50여명이고 1년 예산도 60억원 정도인 반면 우리 협회는 상근 1명에 예산은 1억 남짓에 불과하다.

협회가 제 목소리를 제대로 내려면 적절한 조직과 예산 지원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재정 자립이 중요하고 회원 확대를 위한 사무국 직원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Q. 현재 철스크랩 업계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

지금 국내 철스크랩 업계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전 세계적으로 2050 탄소중립 정책 실행과 함께 철스크랩의 가치는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나라는 최대 수요처인 건설업의 장기 침체로 전기로 가동률이 50% 수준에 머무르는 등 철스크랩 가격이 지금도 바닥을 모르고 하락하고 있다.

지속적인 가격 하락과 이에 따른 공급량 급감, 금융비용 부담 등으로 최소한의 이윤을 확보하지 못할 정도로 경영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어 철스크랩 산업 생태계를 강건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공급이 부족한 물건을 가진 사람이 우위에 있다. 그러나 국내 철스크랩 시장은 자급률이 저조하던 과거부터 공급사가 제강사에 납품하는 수량, 등급 및 가격, 시기 등을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수동적인 위치에 있다.

특히 입고 통제와 시황 검수 등의 말이 있을 정도로 국내 시장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앞으로도 수요-공급사의 상생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 업계가 자생력을 갖추고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제강사의 전향적인 자세 전환과 적극적인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황호정 제12대 신임 철강자원협회장

Q. 업계 인력 부족도 해묵은 과제다. 방안이 있나.

전체적으로 인력 부족 문제가 있지만 특히 철스크랩 업계는 '3D업종'이라는 인식으로 청장년 노동력 유입이 부족해 노령화가 매우 심각하다.

노령화는 안전사고 위험뿐 아니라 사업 지속성도 어렵게 만든다. 특히 집게차 기사는 월급여 500만원을 제시해도 채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일반 외국인 근로자(E-9)' 고용 허용 업종에 E38(폐기물 수집, 운반, 처리 및 원료재생업)에서는 하역·적재 단순종사자와 폐기물 분류 업무 담당자만 허용돼 있다. 정부에 운전원까지 확대를 요청한 상황이나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서울시에서 마을버스 운전기사에 외국인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국무조정실에 '운수업'을 E-9 비자 발급 대상으로 포함해 달라고 건의했다고 하니 그 결과에 따라 집게차 기사도 외국인 고용 가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강협회 철스크랩위원회와 공동으로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집게차 기사 양성교육'을 3차례 시행했는데, 현장에 투입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실습시간을 갖지 못해 직접 취업으로 연결되지는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론 교육과 간단한 실습 교육을 먼저 시행하고 기사를 채용하고자 하는 업체에서 최소한의 급여만 지급하고 집게차 운전 기능을 충분히 익힐 수 있는 현장훈련(OJT)을 실시해 그 업체에서 우선 채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Q. 올해 철스크랩 포함 철강 시황이 최악의 국면을 맞이했다. 내년 전망은 어떻게 보나.

올해 철강 시황이 최악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다. 철스크랩도 마찬가지다. 철스크랩 시황은 공급 부족보다 수요 감소 속도가 더 가팔라서 월자급률이 이미 90%를 넘겼는데 내년에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결국 건설업이 살아나야 전기로 산업이 살아나게 되고 그에 따라서 철스크랩 시황도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가 2금융권을 중심으로 아직 잠재적 위험으로 남아 있고 재개발·재건축도 자재 가격 상승, 인력 부족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등 제 속도를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대다수 국내외 연구원에서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올해 대비 낮은 2.0%로 전망하며, SOC 예산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 건설 부문에서도 적극적으로 신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고 제3기 신도시 공사도 내년 하반기에 착공될 예정이어서 철스크랩 시황도 내후년에나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Q. 얼마 전 철스크랩 수출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자원 유출'과 '업계 생존' 프레임이 팽팽히 맞섰는데.

앞서 언급했듯 현재 철스크랩 공급 감소보다 수요 부족이 더 가파르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요 급감 영향으로 철스크랩 가격이 전 세계 최저치로, 제강사에서 수입하는 가격보다도 톤당 10만원(약 20% 내외) 낮기 때문에 생존 차원에서 철스크랩의 판로를 찾아서 결국 수출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미 철스크랩 주요 수출국들은 철스크랩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각종 물량 규제 및 관세 부과 등 수출 제한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어서 전 세계 철스크랩 교역량도 연 1억톤에서 8천만톤대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도 1990년대 들어서 자국 자급률이 85%대에서 수출을 시작해 현재 600만톤을 수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 수출 사업자 단체도 2곳에서 3곳으로 늘었다.

철스크랩 수출은 각 사업자 입장에 따라 득실 여부를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 다만 지금 우리 업계는 자원 유출이라는 국가적 과제보다는 생존 문제가 더 심각해 수출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분위기로 보인다.


Q. 끝으로 철스크랩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우리 철스크랩 업계가 자생력을 갖추어야 한다. 하늘만 쳐다보고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천수답에서는 풍년을 기약하기 어렵다. 스스로 물길을 내고 가둬 충분히 물을 공급해야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다.

각자 스스로 탄소중립 정책 실행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업'을 수행해야 한다. 우리가 제대로 철스크랩을 공급해야 제강사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협회나 지역 업계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우리의 힘과 뜻을 모으면 업계와 협회가 상생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황호정 제12대 신임 철강자원협회장은

▲1963년생 ▲1991년 포스데이타(현 포스코DX) ▲1996년 광양지원 대표이사 ▲1999년 화인스틸 대표이사 ▲2012년 인동스틸 대표이사 ▲2020년 한국철강자원협회 부회장

▲2018년 모범납세자상(서광주세무서)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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