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1일 규제개혁위원회는 철강 제조업계로서는 상당히 다행스러운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바로 규제개혁위원회가 환경부의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철스크랩(고철)·폐지를 폐기물로 간주하고 규제하려던 2항 및 3항을 삭제하기로 한 것이다.
환경부는 폐기물 관리법 개정안 46조에서 ‘고철·폐지 등 폐기물을 수입 운반 재활용하는 사람은 기준에 맞는 시설·장비를 갖춰 시·도지사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을 조항에 새롭게 넣었다.
자칫 폐기물처리업체가 될 뻔했던 전기로를 보유한 제강업체, 주물업체들이 기사회생(?)하는 결과가 됐다.
물론 철스크랩을 폐기물이라고 보는 환경부의 시각이 잘못된 것이지만 하마터면 방치이행보증금 납부, 수출입 시 신고 등 폐기물 처리업체에 해당되는 무려 22개에 달하는 규제와 제재를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철강재를 생산하는 제조업체들이 폐기물처리업체라는 오명과 함께 각종 규제를 받음에 따라 기업 및 산업 경쟁력에 제약을 받을 수도 있었던 사안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번 규개위의 결정 과정에서 몇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점을 확인했다.
첫 번째는 무엇보다 여전히 변하지 않는 환경부의 철스크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규제 일변도 정책 방향이다.
철스크랩은 철광석과 함께 철강산업의 바탕을 이루는 철원(鐵源)이다. 특히 철스크랩은 조강(쇳물) 생산 시 철광석을 사용할 때보다 사용 에너지는 물론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아주 적다. 다시 말해 요즘 화두인 친환경적 자원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전 세계 많은 철강사가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해 철스크랩 사용량을 늘리려는 움직임도 바로 이런 이유에 근거하고 있다.
연간 3천만톤이 넘는 철스크랩 사용량 중 약 30%에 가까운 800여 만톤을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사실 엄청난 양이요, 그만큼 철스크랩이 중요한 자원임을 분명히 입증하는 일들이다.
따라서 환경부도 철스크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바꿔야 한다. 단순히 오염물질, 폐기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유해 가능성을 안고 있지만 잘 처리해서 사용해야 할 소중한 친환경적 자원임을 충분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이번 법 개정에 대응한 철강업계와 지식경제부의 움직임은 칭찬할만한 일이었다.
철강업계, 특히 전기로제강업계는 그동안 환경부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솔직히 일방적으로 당해왔다고 보아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의견을 내고 개정안이 부당함을 적극적으로 호소했다. 여기에 지경부 역시 개정안이 “담지 말아야 할 그릇에 다 담으려고 한 것”이라며 부적절함의 논리를 개발하고 관련 부처를 설득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가공 공정을 분리해 제외시킬 것을 제안한 환경부의 절충안조차도 완전히 삭제됐다.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부적절한 법 개정을 막아낸 전기로제강 업계와 지경부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