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와 후판 생산업계의 상생을 위한 대화가 지난달 31일 조선협회에서 이루어졌다.
이번 회의는 후판 가격과 수입재 대체로 사이가 벌어진 후판 영업담당자들과 조선사 구매담당자들이 공식적인 대화 채널을 구성했다는 측면에서 아주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철강시장이 수요가 위주 시장(Buyers′ Market)으로 전환되면서 수요가들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공급부족 시에는 물량 확보가 최우선 과제였다면 이제는 구매자로서의 권한을 최대한 발휘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철근 시장에서는 건설사들이 전기로 제강사들이 제시한 가격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툭하면 구매담당자 모임이 나서 집단행동은 물론 구매제한 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냉연판재류 시장에서는 초저가의 수입재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가 하면 주요 수요가의 하나인 한국GM이 중국 바오산강철의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받고자 국내에 지정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설립하려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고부가가치 제품인 자동차용 강판 시장의 일정부분을 중국에 내줘야 할 뿐만 아니라 일반 유통시장에까지 적지 않은 파급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후판 시장에서는 조선사들이 저가 일본, 중국산을 이유로 국내산 가격 인하를 종용하고 있음은 물론 실제 구매는 좀 더 낮은 가격의 수입재를 구매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후판 수입량은 468만톤으로 전년도에 비해 오히려 60만톤 정도 증가했다. 국내 철강사들이 조선사들 요청으로 후판 생산능력을 크게 늘렸고 실질적으로 그 증설투자 설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참으로 실망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시장 환경 변화 이후 적지 않은 수요가들의 달라진 행동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과거 공급자 주도 시장에서 철강사들이 구매자들을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았음은 물론 자기편의 위주의 영업활동과 서비스를 했던 것이 그 근본원인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참아왔던 수요가들이 시장 환경과 입장이 바뀌자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철강사들은 이해해야 할 것 같다.
한편, 수요가들 역시 순망치한(脣亡齒寒)의 뜻을 되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만일 국내 생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철강 제품이 있다면 그 수입가격 앙등과 물량확보의 어려움 등은 명약관화하다. 우리는 과거 그러한 사례를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철강사와 수요가들은 철강재 거래가 일시 단기 거래가 아닌 장기 고정 거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변화된 시장 환경에서 상호 간의 새로운 관계 정립이 올바른 방향으로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상호 신뢰와 협력, 그것을 위한 대화가 기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조선업계와 후판업계의 대화가 그 대표적인 모범 사례가 되어줄 것을 기대해 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