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시장이 또다시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2월 81만원에 거래가 이루어진 후 전기로 제강사들은 철근 가격을 1월에 이어 2월에도 각각 3만원씩 인상 발표했다. 하지만, 구매 측인 건설사들은 2월 인상분은 물론 아직 1월분에 대해서도 인정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제강사들의 가격 인상 발표에도 건설사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가격 협상 자체가 난항을 겪었다. 양측은 세금계산서 수취 거부와 철근 출하 중단의 극단적인 대립을 연출했다. 이에 정부까지 나서 철근 가격 협상을 중재했고 그때 향후 원활한 가격협상을 위해 구성된 것이 ‘철근가격협의체’다.
그러나 업계에서 철근가격협의체에 대해 큰 기대를 하는 이는 별로 없다. 정부에 의해 할 수 없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 만들어진 결과이지 제대로 구성된 협의 채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1~12월 가격은 무난하게 협상을 통해 가격이 결정됐다. 기대 이상이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철근 가격은 84만원에서 11월에 1만원 내려갔고, 12월에 또 2만원이 내려갔다. 다시 말해 가격을 인하했기 때문에 협상은 겉으로 보기에 잘 이루어진 것으로 비쳤다.
그 이후 철 스크랩 가격이 계속 강세를 보이고, 전기료 인상 등이 겹치는 등 철근 제조원가가 크게 높아지면서 제강사들은 철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그 결과 12월에 진행된 3차례 가격협상에서 제강사들의 인상요구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제강사들은 일방적으로 톤당 3만원 인상을 발표해 버렸다. 연이어 2월 가격도 톤당 3만원 인상을 발표했다.
‘철근가격협의체’라는 협의 채널의 존재에도 철근 가격결정 시스템은 또다시 지난해 7월 수준으로 돌아가고 만 것이다. 결국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세금계산서 수취 거부, 철근 출하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국내 철근시장에서 가격 결정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용할 방법이 이렇게도 없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된다. 양 업계는 장기거래 관계, 순망치한(脣亡齒寒) 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서로 존재 이유와 가치를 충분히 느끼고 있다. 그러나 가격만 거론되면 서로 철천지원수가 되고 만다.
우선 이견을 조정하고 가격이 결정되도록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지난해와 같은 파행을 막을 수 있다. 더불어 진정한 협상과 대화 채널을 구성해야 한다. 현재 건설사 측의 건자회는 대표로서 부적합하다. 적어도 건설업계를 대표할 수 있는, 업계 수위의 구매담당 임원진과 같은 진정한 협상 당사자가 나와야 한다. 또한, 공동으로 연구용역이라도 해서 철 스크랩 가격 변동 등 모든 변수가 합리적으로 반영된 가격결정 공식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매출액 조 단위를 훌쩍 넘는 대기업들의 존재에도 파행으로 점철되고 있는 철근 시장, 진정 해답은 없는것인가 답답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