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경기도는 “세계 2위의 중국 국영 철강기업 바오산강철이 210억원을 투자, 국내 중소기업인 지엔에스와 함께 경기도 화성에 자동차용 강판 생산시설을 짓는다”는 요지의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바오산강철의 자회사인 상해보강국제경제무역과 보화통상이 국내 지엔에스사와 합작으로 자동차용강판 스틸서비스센터(SSC)인 BGM사를 설립해 연간 20만~30만톤의 자동차용 강판을 한국GM에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한편, 지난 4월 5일에도 미국 시카고에서 유해폐기물 재활용 기업인 글로벌스틸더스트(이하 GSD)사가 지식경제부와 투자신고서 조인식을 거행하고 한국에 전기로 제강분진 재활용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GSD는 5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해 국내에 연간 11만톤의 제강분진을 처리해 아연을 회수할 수 있는 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일견 위 두 가지 사례들은 그야말로 외국인직접투자(FDI)로 해외자본투자 유치의 성공사례라고 박수를 쳐줄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야말로 국내 관련 산업의 시장상황을 무시한, 문제의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는 일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투자들이 결실을 맺게 되면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거나, 기존 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잘못된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선 BGM사의 경우 현재도 공급과잉과 치열한 판매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공급원, 그것도 대량의 저가 수출로 우리 철강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중국 철강사의 진출을 촉진하는 것으로 결코 옳은 일이 될 수 없다. 자동차강판을 생산하는 철강 제조업체나 그것을 가공 및 유통하는 업체 모두 더욱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일을 나서서 추진한 경기도의 경우 BGM사의 자동차용 강판 가공·유통시설을 생산시설이라고 밝힌 것처럼 철강산업에 대해 극히 무지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니 현재 한·중·일 3국간에 전개되고 있는 생존을 건 치열한 판매전쟁을 모르고 있다고 판단된다. 생존이 걸린 싸움에서 안방을 내주는 쪽에 무게를 실어준 경기도가 향후 어떤 입장을 취할지 자못 궁금한 일이다.
두 번째 GSD의 투자 건 역시 이미 지식경제부와 한국철강협회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투자를 진행해 설비 가동을 앞둔 징콕스코리아, 공장 건설중인 한국R&M 등 기존 시장과 업체에 대한 언급이 없음은 극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해당 사업의 시장과 경쟁 관계 등을 고려한 신중한 투자 유치 과정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지적은 당연하다고 생각 된다.
경기도와 지식경제부가 해외자본 투자유치라는 실적에만 급급해 저지른 일이라면 그야말로 반복되어서는 안 될 일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