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정치 놀음은 안 된다

더 이상 정치 놀음은 안 된다

  • 철강
  • 승인 2015.03.1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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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앰미디어 hy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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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경주에서 열린 포스코 임원전략회의에서 사외이사인 A씨는 포스코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공급 과잉 및 현대제철과 경쟁 심화, 전방산업의 회복 부진, 광산업계의 협상력 강화에 따른 원료가격 상승 등 요인이 한 데 얽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진단이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A사외이사는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그가 지목한 과제는 ‘민영화 완성’과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관한 것이었다. 미래성장동력 확보는 기업이라면 누군가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첫 번째 과제로 삼은 민영화는 이미 15년 전에 민영화 과정을 거친 포스코에 생뚱맞게 비쳐지는 화두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포스코가 민영화 이후에도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 받는 포스코지만 정권 교체시기마다 CEO 리스크가 불거지며 대부분 오점을 남겨왔다.

  또한 아직까지 정부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공기업이라는 인식이 여전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포스코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사외이사의 시각에서도 ‘민영화 완성’이 중요한 과제로 인식된 셈이다.

  수 개월이 지난 지금 당시 회의 상황을 되짚어 본 이유는 최근 포스코그룹을 향한 검찰의 사정 칼날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의 해외 사업장 비자금 조성문제가 외부로 알려지자 정부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포스코를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 즉각 수사에 나서면서 포스코 주주총회 당일에 포스코건설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현재 검찰 사정의 칼날이 또 다른 계열사로 확대된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고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13일 주주총회에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비즈니스 성과에 대해 큰 기대감을 드러내며 조만간 좋은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검찰의 갑작스런 압수수색 소식은 찬 물을 끼얹은 상황이 되었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포스코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 발 빠르게 국민과 주주들에게 사과하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여 조기에 의혹을 해소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수사에 성실히 대응함으로써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기업 비자금 조성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러한 기업의 부정행위를 감싸서는 절대로 안될 일이다. 다만 부정행위를 수사해 처벌하는 수준을 넘어 정치적으로 한 기업을 마녀사냥식으로 몰고 가려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특히 국무총리의 발언 직후 검찰수사가 즉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과거 사례를 경험으로 의혹의 눈길을 갖게 하고 있다.

  기업의 부정행위는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내되 이번 수사가 한국의 주요 글로벌 기업을 정권의 전리품쯤으로 생각해 인사와 경영에 함부로 개입해 온 관행을 청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잘못된 점은 반드시 고치면서도 모쪼록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철강기업 포스코가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지 않는 현명한 수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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