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철강산업 중장기 비전 및 발전전략을 공식적으로 제시한 것이 산업자원부 시절인 2007년 6월 말이다.
당시 정부는 2030년 철강산업의 비전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일류 철강산업 구현’을 정했다. 더불어 혁신철강기술 상용화로 세계 철강기술 선도, 전후방 산업과의 긴밀한 협력 하에 동반성장, 품질 성능 경쟁력에 기반을 둔 철강제품의 브랜드 파워를 창출하자는 발전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한 구체적 경쟁력 제고 방안 및 혁신과제로는 모두 7가지 과제를 선정했다.
기술경쟁력 제고, 가격경쟁력 제고(저렴한 원료의 안정 조달), 철강 클러스터 혁신 전략, 품질경쟁력 제고, 인력 양성 및 확보, 투자 촉진, 대외 경쟁력 확보 및 글로벌화 전략 등이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면 기술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철강기술의 선진화를 위해 독자 개발 기술 상용화(FINEX 2007년 상용화 후 2015년 국내 고로 조강의 15~20%까지 확대, Strip Casting 기술의 상용화 및 점진적 확대 등), 미래 수요 Needs형 소재 개발(3세대 자동차에 필수인 초고강도/고내식 강재 개발 등), 기술 제품 융합화 적극 대응 등을 목표로 세웠다.
가격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철광석 원료탄의 장기 계약 물량을 2015년 90%까지 늘리고, 광산개발을 통한 직접 조달 비율을 2011년까지 33%까지 확대, 인도 호주 페루 등 자원보유국에 합작투자 등을 통한 자원개발 확대를 추진키로 했다. 철스크랩의 경우 2020년 완전 자급체제 구축을 목표로 유통구조 선진화와 가공산업화를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입법 및 지원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대부분의 과제들이 아주 미흡하거나 추진해 보지도 못하고 사장됐다.
오히려 그 이후 지속적인 전기료 인상, 배출권 거래제 시행 등 철강은 물론 기업의 경쟁력을 옥죄는 입법과 정책만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직도 철 스크랩을 폐기물로 분류하는 환경법이 바로 그런 것이다.
정부의 규제로 인한 철강산업의 규제비용 부담이 2000년부터 2013년까지 EBITDA의 35.6%에 달한다는 조사 보고서는 그 심각성을 쉽게 설명해주는 일이다.
정부가 개입하고 지원할 부문에서는 시장논리를 이유로 손을 놓고 환경, 공정거래 등 다른 부문에서는 과도한 개입으로 비용 유발과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철강산업, 나아가 제조업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은 산업별로 큰 밑그림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또 그것을 달성해 나갈 수 있는 세부 과제들을 수립하고 관련 입법과 지원을 통해 추진을 도와주는 일이다.
지금 대한민국 철강산업은 위기의 산을 넘고 있다. 외부적으로 공급 과잉과 수입재로 인해, 내부적으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일들이다. 정부는 구조개편의 기본 방향 등 미래를 제시하고 중재자로서 조정과 집중의 방향타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더불어 과도하고 부적합한 수입 억제를 통한 시장 안정화도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