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유통시장, 무너져선 안 된다

철강 유통시장, 무너져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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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12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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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에스앤앰미디어 hy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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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강산업의 장기 침체가 장기간 지속돼 유통업체들의 어려움 역시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유통업체들의 경영실적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본지가 주요 유통업체 13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3년 2.0%에 달했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지난해에는 1.6%로 또다시 줄었다. 특히 업종별로 부침이 더욱 심했다. 특수강봉강(4.9%)과 STS판재류(2.7%)가 상대적으로 높은 실적을 달성한 반면, 봉형강 유통은 0.0%, 강관 유통업계는 0.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0% 대의 영업이익률은 아무리 애를 써도 실질적으로는 적자를 기록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렇듯 유통부문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을 경우 유통시장 자체뿐만 아니라 제조업체에도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유통의 기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철강의 경우 특히 재고 및 결제 등에서의 완충 기능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호황 및 성수기 여부에 따라 수요량 증가, 감소에 탄력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재고 조절 기능과 함께 중소 수요가들과의 거래를 전담함으로써 제조업체, 수요가 양쪽의 효율성을 높여줌은 물론 거래 단순화가 가능해진다. 특히 최종 수요가의 부도 등으로 인한 거래대금 회수의 불안정성을 상당 부분 상쇄해준다고 볼 수 있다.

  과거 국내 철강 시장에서도 이러한 유통의 대표적 기능이 어느 정도 제대로 작동했다.
그러나 최근 철강시장은 극단적인 수요가 중심 시장으로 변했다. 특히 저가 중국산 수입이 시장의 한축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유통부문의 기능은 자의반 타의반 크게 축소됐다. 워낙에 공급이 넘치다보니 재고 확보, 조절 기능도 무색해졌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 유통부문의 재고조절 등 완충 기능은 유명무실해질 것이 분명하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유통업체들 간의 지나친 경쟁은 더욱 큰 문제다. 이미 시장에서는 도저히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가격이 횡행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리점 공급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유통업체가 판매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 제조업체와 경쟁하는 경우까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제조업체 직거래 시장과 대리점 유통 시장은 확연히 구분돼야 유통질서가 바로 설 수 있다. 이마저 무너진다면 철강 시장의 안정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유통의 기능이 상실되고 질서가 무너진 국내 철강 시장을 되살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업력 40년이 넘는 국내 대표적 철강 유통업체 대표는 철강사업 43년 만에 지난해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고 하소연했다. 그 어떤 유통업체보다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영업을 해온 이 원로마저 사업 지속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비정상적인 가격에 판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스스로 극복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건실한 유통업체들이 사라진 철강시장, 이것 역시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어두운 미래임에 틀림없다. 이것을 돌파할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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