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는 감은 찌르지 않는 상도(商道)

못 먹는 감은 찌르지 않는 상도(商道)

  • 철강
  • 승인 2015.12.2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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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진욱 jwlee@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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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욱 기자
  올해 연강선재 업계는 여타 선재 품목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연초부터 저가 중국산 유입이 대폭 확대되더니 유통가격 40만원대가 무너졌고 국내업체들은 연말까지 가격 대응에 피가 말랐다. 이쯤 되면 붕괴 수준이다.

  중국 선재업체들은 2월을 시작으로 크로뮴을 첨가한 연강선재 수출을 꾸준히 늘렸다. 중국산 가운데 크로뮴 첨가강 비중은 2월 10%을 시작으로 3월에 60%로 대폭 늘었고 4월 이후엔 90% 이상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국내업체들은 달마다 중국산 크로뮴강 가격에 유통가격을 맞추느라 애를 먹었다. 이런 와중에 국내 업체 간 제살 깎아먹기 경쟁까지 더해져 수익 개선은 생각도 할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

  대표적 연강선재 업체인 A사는 제품 가격을 고시할 때마다 경쟁업체인 B사가 수요가들에게 톤당 3만~5만원 더 싸게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울며겨자먹기’로 추가 인하를 선택해야만 했다. 이런 식의 할인 판매가 시장 전체에 확대되면서 수요가들이 하나둘씩 단가 할인을 요구하는 경우가 잦아졌고, 이는 시장 가격 기준에 혼란과 함께 수익 악화를 불러와 시장 전체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아울러 연강선재 시장은 중국산 저가재 유입으로 불량 건축자재 양산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평을 받았다. 올해 연강선재 업계는 건설 경기 악화로 와이어메쉬, 철선 등 건축에 사용되는 가공 제품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건축에 사용되는 연강선재 가공제품의 경우 수요가들이 저가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면 표면적으로 티가 잘 나지 않아 저질 제품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중국산과의 가격 경쟁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국내 업체 간 집안 싸움은 공멸의 지름길이다. 현재 국내 연강선계 업계는 공존을 위해 ‘못 먹는 감은 찌르지 말고, 남이라도 먹게 놔두는’ 상도(商道)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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