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문산읍, 법원읍에는 소규모 철 스크랩 업체가 많이 있다. 소재지 부동산업체에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도심지와 떨어져 있어서 허가 관련 제약이 덜 하고 적은 비용으로 비교적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얘기를 듣고 나니 한편으로 이해가 갔다. 대부분 업체가 소규모로 사업을 운영하는데도 불구하고 수집과 야적장을 크게 활용하고 있었다. 아울러 많은 업체가 철거와 폐기물 처리를 함께 하는 점도 특징이었다. 이 같은 이유는 철 스크랩 사업만 해서는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철거를 통해 나오는 재활용 물량과 폐기물을 처리해 주고서 받는 수고비(?)가 짭짤하여서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동거 사업인 셈이다.

 세상 소식과 담을 쌓고 살 것 같은 이곳에도 생업을 위해 시황만은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참 먹고살기 어렵다”며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때로는 억울함에 사업을 정리할 생각을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상생(相生)이라는 구호는 듣기 좋은 소리일 뿐 현실에는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조업체와 대상에 휘둘리는 소규모 업체들의 애환은 힘겨운 삶의 무게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었다.

 파주시 조리읍 장곡리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진자원 이남호 사장은 “홍보용으로 온 철강금속신문에서 수입 철 스크랩 관련 기사를 보았다”면서 “제강사들이 철 스크랩을 수입하면서 이유를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모르지만, 소상들이 체감하는 시황은 오히려 하락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파주시 조리읍 동원리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햇살자원 장석진 사장은 “요즘은 물량이 없어서 거의 놀고 있다”면서 “융자를 내어 집게 차를 샀는데 지금은 나빠진 경기 때문에 대출금 이자도 못 갚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텅 빈 야적장에 집게 차만 덩그렇게 놓인 사업장은 소상들이 처한 현 상황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반면에 비교적 규모가 큰 대상 야적장에는 철 스크랩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전문가는 “최근 철 스크랩 가격이 상승하자 더욱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적재해 놓은 물량이다. 가격이 오르면 다행이지만 반대가 될 때 큰 낭패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9월부터 제강사들이 구매가격을 인하할 것이라는 본지 분석기사가 언뜻 생각나 이 업체 직원에게 알려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우리가 알아서 할 것”이라는 반응뿐이었다.

 파주시 조리읍에 분포된 철 스크랩 업체는 사장을 포함해 2~3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생계형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따라 이들이 가진 생각도 소박했다. 사업체를 잘 꾸려 많은 돈을 벌겠다는 것보다는 그저 “먹고살기만 했으면 행복하겠다”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세상은 녹록하지 않아 불황의 그늘은 이곳에도 깊게 드리웠다. 너무도 소박하고 간절한 이들의 꿈이 희망의 씨앗이 될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