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형, 용접, 열처리 등 全 분야 일감 줄어
경기 침체와 출혈 경쟁이 원인
신도림역 5번 출구에서 아파트 숲을 헤치며 구로역 방향으로 가다 보면 작은 골목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혈관처럼 펼쳐진 골목길들을 따라 들어가면 문래 철공단지를 축소해 놓은 듯한 거리가 눈 앞에 펼쳐진다. 이곳은 일명 ‘신도림 공장 지대’이다.
80년대에는 일거리가 너무 많아 일하던 사람들이 도망가기도 했다는 이 신도림 공장 지대는 현재 30% 이상 줄어든 일감에 고사(枯死) 위기를 겪고 있다.
제관용접을 전문으로 하는 청암엔지니어링의 장재근 대표는 “더 나빠지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운을 떼었다.
알곤, 전기 등 다양한 용접 기술로 제약기기, 식품기기 업계에서 많은 주문을 받았던 장재근 대표는 “산업 전반의 경기 침체에 인력난까지 더해져 뿌리업종을 영위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밀 금형 전문 업체인 두진정밀의 심재도 공장장도 한숨을 내뱉었다.
심재도 공장장은 “저녁 먹는 업체가 우리 밖에 없다”며 “일감이 예년의 60~70% 수준”이라고 말했다. 타개책이 전혀 없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경기 침체로 전부 몸을 사리고 있어 시장 개척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태성열처리의 젊은 피인 정현민 대리도 시황에 대한 질문에 난색을 표했다. 정현민 대리는 “재작년부터 일감이 확 줄었다”며 “열처리 업체들을 ‘불황 없는 집’으로 부르던 것도 지난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정 대리는 “경기 침체 속에 출혈 경쟁까지 벌이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랜 경기 침체에 과도한 가격 경쟁으로 소규모 뿌리 업체들은 내일을 기약하기 힘든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