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복공판 기준 허술…중소 건설사들은 저가에 수주 요구
국내 건설 시장에 불안전한 저가 복공판 생산 요구 횡행
최근 1군 건설업계에서는 해외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를 성공해도 제강사의 복공판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인식이 만연해있다.
19일 복수의 1군 건설사 구매 임원들에 따르면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다양한 동남아 업체들의 지하철공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의 지하철 공사 기술이 일본 및 서구 선진국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지하철공사 기술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게 건설사 및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문제는 이들 건설사들이 국내 제강사의 철강재를 소비할 수 없는 것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해외에서 무늬H형강 복공판이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일본 제강사들은 무늬H형강 복공판 기술이 축적돼있는 반면 국내 제강사들은 국내 공사에서 채널 복공판이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무늬H형강 기술력에는 선진국에 뒤쳐진다.
G건설 구매임원은 철강금속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내 제강사는 무늬H형강 복공판 생산도 많지 않다”며 “선진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는 무늬H형강으로 복공판을 만드는 데 두 제강사의 무늬H형강은 노면 접지력 등이 국제 수준에 미달된다”고 전했다.
이 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무게 하중을 견디기 위해 주요 선진국들은 두께 5x7의 무늬H형강 복공판을 사용하지 않고 6x8을 주로 사용한다. 반면 6x8 규격의 경우 국내 표준 인증인 KS인증 기준도 마련돼있지 않아 두 제강사가 생산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내력이 작은 채널 복공판은 대형 화물차가 지날 때 안전 우려가 크다. 일반 H형강 복공판은 고하중용이지만 채널 복공판처럼 노면 접지력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타이어 밀림현상 탓에 눈이나 비가 오면 미끄럼 사고 우려가 크다.
제강사에서는 선진국 수준의 무늬H형강 복공판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국내 무늬H형강 복공판 수요는 많지 않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체크(요철)가 많고 깊은 무늬 H형강 복공판을 많이 쓰지만 국내에서는 채널 복공판 활용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또 국내 시장을 위주로 제품을 생산하다보니 KS인증 제품과 JIS, 유로 등 국제 인증 제품의 기준이 달라 무늬H형강 복공판 수출을 많이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 전문가들은 안전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 국내 복공판에 대한 KS인증 기준이 국제 수준만큼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복공판은 동바리, 비계 등 다른 가설재와 달리 건설현장 근로자 안전뿐 아니라 상부를 오가는 시민과 차량 안전까지 좌우하지만 한국산업표준(KS) 규격도, 품질관리 기준도 아직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사들이 국민에 대한 안전보다는 ‘저가’와 ‘원가 절감’에 집착한 나머지 ‘나만 안 죽으면 돼’라는 인식이 팽배해있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건축물의 안전 상태에도 큰 위험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서 국가건설기준센터라는 산하기관에 한국산업표준 규격 및 품질관리를 맡기고 있다. 하중을 확인하는 품질시험은 도로교 설계기준 1등급 교량기준을 준용한다.
해외에서는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선진 건설사들의 인식이 성장해 다양한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기준이 미미한 탓에 해외수출도 힘든 처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제강사들이 선진국에서 인정받는 수준의 규격으로 제품을 생산하면 건설사들 입장에서도 국내 제강사와 충분히 손 잡고 외화를 국내에 벌어올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