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셀로미탈, 이탈리아 일바(ILVA)인수 완료
정부 강력 무역정책, 산업게 구조조정 투 트랙으로 철강업 재건
올 여름 유럽 철강업계 빅딜이 이뤄졌다. 이탈리아 철강사 일바(ILVA)가 세계 최대 철강사인 아셀로미탈이 이끄는 컨소시움에 18억유로(2조 4500억)에 매각된 것이다. 지난해 7월 최종입찰서를 제안한지 꼬박 1년이 지난 후 얻은 결과다.
이번 계약 체결은 유럽 철강산업에 있어 큰 의미를 갖는다고 파이낸셜 타임즈가 보도했다. 부진에 시달리던 유럽 철강업계 재기의 기회가 될 뿐 아니라, 앞으로 진행될 인수합병 작업을 통한 유럽 철강산업 재편의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유럽 철강업계 이익은 크게 줄었다. 2008년 3분기 톤당 215유로를 기록했던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이전 기업이익)가 2016년 1분기에는 톤당 46유로에 그쳤다. 올해 1분기에는 소폭 회복돼 톤당 83유로를 기록했다.
아셀로미탈 최고 경영자 락시미 미탈(Lakshmi Mittal)은 일바 인수에서 "일바는 조강생산 비용이 낮은 편에 속한다"며 "여기에 아셀로미탈의 전문성, 기술력, 그리고 관리 시스템이 접목된다면 매우 성공적인 철강생산시설로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유럽의 유력 철강업체인 인도 타타스틸(Tata Steel)과 독일의 티센크루프(ThyssenKrupp)도 합병 논의를 1년 이상 이어오고 있다. 진척이 없었던 영국 타타스틸 펜션펀드 개선작업이 최근 결론 나면서 합병 작업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런 합병 작업은 유럽철강업계가 겪고 있는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의 철강사들은 유럽의 철강 수요 감소와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환경보호 움직임으로 인한 생산 비용 증가, 그리고 값싼 철강재의 유입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타타스틸의 경우, 영국 타타스틸이 꾸준히 적자를 내는 상황을 견뎌야했고 티센크루프는 엘리베이터나 산업 부품 등 수익성이 높은 품목 생산에 집중해왔다.
합병이 공급과잉 등 산업 전반에 걸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합병을 통해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경쟁자를 줄임과 동시에 자동차 업계 등 주요 수요업계와의 협상에서 힘을 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인 액센츄어(Accenture)의 앤드류 요크(Andrew Zoryk)는 "합병은 결국,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 평가했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버그(Berenberg)는 일바와의 합병으로 아셀로미탈의 유럽 시장 판재류(자동차 가전등에 사용되는) 점유율은 현재 26.5%에서 30%이상으로 뛰어오를 것이라며 합병된 벤처가 시장의 5분의 1 이상을 장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합병의 장점이 회사 이익 측면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 베른버그 애널리스트 알렉산드로 아바테(Alessandro Abate)는 설명했다. 아셀로미탈은 합병을 체결하며 설비 업그레이드와 환경 개선 투자를 약속했다.
더욱이 이탈리아는 유럽이 수입하는 철강재가 거치는 첫 번째 항구이기 때문에 일바의 생산량이 이전 수준으로 안정화되면 중국 등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철강재의 선적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말 글로벌 철강재 가격이 바닥을 쳤던 데에는 중국 철강재의 덤핑 판매가 배경이 됐다고 유럽 철강사들은 주장해왔다. 장클로드 융커(Jean-Claude Juncker)유럽 집행위원장 역시 최근 중국의 철강생산량 공급과잉은 유럽의 두배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수익성이 상승하면서 유럽 철강업계 상황이 개선됐다. UBS는 올해 2분기 유럽의 EBITDA가 톤당 100유로가량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03년-2006년에 기록한 톤당 111유로와 비슷한 수준이다.
북유럽도 분위기가 좋다. 스탠다드푸어스(S&P)의 열연강판 가격 데이터에 따르면 북유럽의 열연 가격은 2015년보다 60%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단순한 인수합병으로 철강산업의 근본적 개선을 기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회의론도 존재한다. 과잉설비 감축작업이 수반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이다.
유휴설비가 다수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고정 운영비가 높다는 것은 결국 철강업계의 손실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주문을 채우기 위해 판매가격 인하까지 감수해야 할 수 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푀스트알피네(Voestalpine) CEO 볼프강 에더(Wolfgang Eder)도 "유럽은 예전만큼 철강이 필요하지 않다"며 "문제는 과잉 설비를 없애는 것"이라 지적했다.
그러나 설비 폐쇄는 국가적 사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는 국가 산업 자산인 설비 폐쇄에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폐쇄 위험에 있던 타타 포트 탤벗(Tata’s Port Talbot)을 일부 국영화하려한 영국 정부의 시도가 설비 폐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잘 나타내준다.
아셀로미탈은 2020년까지 일바의 연간 생산 비용을 3억1,00만 유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시설 폐쇄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더욱이 일자리 문제도 있다. 금융위기 이후 유럽 철강업계에는 8만6,000개의 일자리 감축이 있었다. 철강업계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락시미 미탈은 "불공정한 수입이 억제된다면 유럽에 과잉생산 문제는 없을 것"이라 말했다.
유럽 연합 역시 중국이나 러시아로 대표되는 보조금 지금이나 덤핑 판매 등 불공정한 무역관행에 대해 "전례없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유럽 철강산업의 회복을 위해 정부와 산업계의 노력은 가속화되고 있다. USB 애널리스트 카스텐 리에크(Carsten Riek)는 문제는 정부의 강력한 무역정책과 산업내 자체 구조조정의 노력이 결합됐을 때 해결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