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포스코센터에서 철강업계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매년 열리는 신년회지만 다른 어느 때보다 올해 철강경기에 대한 대화가 많이 오고갔다.
그만큼 올해 철강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반증이다. 지난해 경기가 예상 외로 호조를 보였기에 과연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미래 전망은 한마디로 불안하다. 국내에서는 무엇보다 그동안 호조를 이어왔던 건설부문이 움츠러들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중국의 수출 감소를 인도의 증가가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7억톤을 넘어서는 철강 과잉설비가 여전히 세계 철강 공급과잉을 지속시킬 것이 분명하다.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은 수요공급 법칙이다. 따라서 공급이 과잉되면 공급자 쪽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불붙은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더욱 거세게 몰아칠 가능성도 다분하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는 예상을 뛰어넘는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철강사들이 제대로 이익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생존발전을 이어나간다는 것은 말 그대로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이날 한국철강협회 권오준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며 그 어느 때보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산공정의 효율화 및 고급 제품으로 시장을 선점하면서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개별 업체와 업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경쟁력 있는 철강금속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과 구조개편이 꼭 필요한 일이다. 다시 말해 부실 및 과잉 부문의 빠른 구조조정과 함께 우리 상황에 맞고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 개발에 사력을 다해야 한다.
이의 실천은 철강금속 개별 업체나 업계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의 보다 더 차원 높은 역할이 꼭 필요한 부분이다. 다시 말해 우리 철강산업의 장기 비전과 큰 그림(Big Picture)을 제시하고 같은 방향으로 구조조정과 개편이 이뤄지도록 독려하고 지원해야 가능해지는 일이다.
그런데 이날 참석한 산업부 장관의 인사말에 비슷한 언급은 한 마디도 없었다. 종전과 같이 “고부가 철강소재 개발, 친환경 설비 전환, 통상현안에 민관이 협력해서 대처” 이것이 전부였다. 다만 현 정부의 정책 과제인 대중소 기업의 상생 협력, 그리고 최저임금 정착을 위한 협조 당부가 추가됐을 뿐이다.
철강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은 급속하게 변해가고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시간은 그야말로 골든타임뿐인데, 우리 정부의 대응방안은 과거와 똑같고 새롭고 꼭 필요한 전략은 빠져 있다.
과연 우리 철강산업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 말 그대로 걱정이 태산이다. 미래를 보는 혜안과 실천의 용기를 가진 리더가 진정 꼭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