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은 성과를 냈을 때 지급하는 임금

성과급은 성과를 냈을 때 지급하는 임금

  • 컬럼(기고)
  • 승인 2019.09.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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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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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미디어 디자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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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세(家勢)는 기울어가는데 머슴은 새경을 올려달라고 야단이다. 주인은 눈치코치 없는 머슴을 어르고 달래 보지만 막무가내다. 곳간은 텅텅 비어 빚을 내어 가계를 꾸려야 할 형편이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머슴은 주인이 처한 상황은 안중에도 없다. 이것을 지켜보는 주위 시선은 곱지 않다. 버릇없는 머슴을 당장 내보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5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GM 노조가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파업에 들어갔다. 여기에 기본급 5.65% 정액 인상, 사기 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회사에 제시했다. 성과급(成果給)은 경제작업 성과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임금을 말한다. 성과가 없는 빈 곳간을 보면서도 무엇을 더 달라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5년 동안 적자를 냈다면 일반 기업은 급여를 제때 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고 뛰어도 회사의 생존은 보장받을 수 없다.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해가 간다. 요구를 들어주고 싶어도 곳간이 텅텅 비었으니 대책이 없는 것이 맞다. 군산공장 철수의 아픔을 경험한 노조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회사가 망하든 말든 내 배만 부르면 된다는 이기주의만 팽배하다.

회사의 누적 적자 규모는 4조4,518억 원이나 된다. 이런 적자를 내고 5년간 버텨왔다는 것은 기적이다. 몇천만 원 적자를 내도 초비상이 걸리는 일반 기업과는 거리가 먼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들의 파업이 사회적인 공감을 얻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모순덩어리 강성 노조의 패악(悖惡)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파업은 GM이 한국 시장을 떠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인심 좋고 후덕한 주인일지라도 머슴이 정해진 새경 외에 다른 것을 자꾸 요구한다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본사 해외사업부문 줄리앗 블리셋 사장도 “노조가 파업을 강행해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물량 일부를 타 국가로 빼앗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GM에 국내 시장은 그리 큰 시장이 아니다. 반면 임금 인상 폭은 큰 축에 속한다. 굳이 수지도 맞지 않은 한국 시장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국가가 있어야 국민이 있고, 회사가 있어야 회사원이 있다. 회사가 없는 상황에서 허공에다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돌아오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뿐이다. 자신의 도끼로 자신의 발등을 찍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또한 한국GM이 처한 상황은 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다. 회사의 정책을 믿고 따라준 수많은 협력업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그들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절대 안 된다. 회사의 요구대로 적기에 물량을 납품하며 함께 상생하기를 바랐던 그들이다. 하지만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협력업체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연계물량이 매출에 상당하게 기여하는 냉연 SSC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상황’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세계 완성차 업체는 지금 변혁에 직면해 있다. 모빌리티 혁명, 친환경 차로의 변화 등과 고용 불안이 업체 종사자를 옥죄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파업은 결코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노사가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 한국GM의 파업은 이웃집이 머슴의 새경을 올려주고 장가까지 보내준다고 나도 같이해 달라고 떼쓰는 것과 같다. 이웃집 머슴의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잿밥에만 마음이 빼앗긴 것이다.

파업이 모두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누가 보아도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파업이라면 공감하지 않는 이가 누가 있겠는가. 한국GM의 파업은 이것을 거스르고 있으니 문제다.

“5년 연속 적자인데 무슨 성과가 있었다고 성과급을 주냐”라는 말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함축한다. 당장 파업을 멈추고 생산 현장으로 돌아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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