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창업 요원 백덕현 원로(元老)의 별세가 안타까운 것은?

포스코 창업 요원 백덕현 원로(元老)의 별세가 안타까운 것은?

  • 컬럼(기고)
  • 승인 2019.1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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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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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성(S&M미디어 디자인센터장)
황병성(S&M미디어 디자인센터장)

백덕현 전(前) 포스코 부사장이 10월 27일 향년 88세로 영면에 들어갔다.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이념과 우향우 정신의 산증인 중 한 사람이었던 원로(元老)의 별세로 이제 창립 요원 34명 중 11명만 남았다. 고인은 은퇴 후 포항공대(포스텍)에서 후학을 양성하기도 했고, 본지를 통해 ‘근대 한국철강산업 성장사’를 발간하는 등 많은 저서를 남겼다. 당시 이 책을 발간하면서 “세인의 상식으로는 이룩할 수 없는 것을 이룩한 한국의 철강 산업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곡절이 있었다. 이 역사가 잊히기 전에 종합하려고 집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양질의 철을 대량 생산해 국부를 증대시키고, 국민 생활을 윤택하게 하며 복지사회 건설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포항 영일군 허허벌판을 메워 제철소를 세웠다. 그 과정을 생생하게 기억해 영화를 보는 듯 집필한 책은 우리 업계 보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부단한 대화이다. 고인은 과거 철강 산업의 미약했던 토대를 정리하면서 오늘의 영광이 더 커 보이게 하고 미래에 교훈이 되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한국 근대 철강 산업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고, 은퇴 후에도 오로지 철강 산업 발전을 위해 헌신했던 한 원로의 별세 소식은 비보였다. 어려움에 부닥친 우리 업계는 지금 경험 많은 원로들의 조언(助言)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러한 때에 업계가 처한 난제를 푸는데 고언을 서슴지 않던 원로의 별세는 더욱더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며 우리 업계의 원로들을 다시 한번 조명해 본다. 원로의 중요성은 한비자(韓非子) 세림(說林) 상편에 비유된다. 오패(五覇)의 한 사람이던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고죽국(孤竹國)을 정벌하고 돌아오다 혹한의 폭설 속에서 전군(全軍)과 함께 길을 잃었다. 난처한 상황에서 군사 중 한 사람이 “이런 때에는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 말에 늙은 말 한 마리를 앞세워 갔더니 큰 길이 나타났다고 한다.

늙은 말 한 마리가 길을 찾아냈듯이 원로들에게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길을 물을 필요가 있다. 오랜 경험과 통찰력을 가진 그들이야말로 올바른 길을 인도하는 선도자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업계에는 몇몇 원로들이 그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업계를 위한 생생한 조언은 빛을 발한다. 포스코동우회 안병화 회장과 전 동국산업 정문호 부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하며 오로지 철강 산업 발전을 위해 화두(話頭)를 잡고 있다. 

안병화 회장은 두 권의 칼럼 서적을 통해 우리나라 철강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특히 내용 중 눈에 띄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기업에 대한 조언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慧眼)이 놀라울 정도이다. 정문호 부회장은 본지가 주최한 철강업계 초·중급사원 교육에서 까마득한 후배들을 대상으로 한 가르침이 호평받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솔한 제언은 훌륭한 지침이 되었다. 

조선 시대 명재상이었던 황희 정승은 86세까지 영의정을 하며 세종을 모셨다. 세종이 성군이 된 것은 오랜 경륜과 지혜를 가진 황희가 곁에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안팎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우리 업계도 마찬가지다. 경영자들이 패기만 믿고 대응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이러한 때야말로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가진 원로들에게 훈수를 구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백덕현 원로의 별세가 안타까운 것은 우리 업계를 위해 조언해 줄 큰 어른을 더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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