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입재’에 위협받는 韓 철강시장, 생산기반 약화 우려

‘中 수입재’에 위협받는 韓 철강시장, 생산기반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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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8.3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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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박재철 기자 parkjc@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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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철강재 우회 수출 부정적 인식 가능성
철강사와 수요산업의 협업으로 상생 필요

국내 철강 시장을 중국산 등 수입재가 잠식하면서 한국 철강산업의 생산기반과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포스코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철강재 전체 수입 물량 8,498천톤중 약 60%인 5,098천톤을 차지한 판재류에서 압연전문업체의 수입 비중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수입 철강재가 국내로 들어와 조선, 건설, 강관, 자동차, 조선 등 실수요가에게 직접 판매되는 비중보다 재압연되어 다시 판매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산 수입재를 재압연해 판매하는 유통경로는 자칫 한국을 리틀 차이나(Littel China) 즉, 중국 철강재의 우회수출 기지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실제 미국 및 EU 정부는 지난 몇년 동안 한국을 중국 철강재의 우회수출 기지로 의심하고 우리나라에게 무역구제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에 철강재를 수출하는 데에서 나아가 지난해 중국 청산강철은 국내에 스테인리스(STS) 냉연밀 신설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중국산 철강재 수입 확대는 중국 철강업체가 국내에 직접 진출하는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수입재 방어는 국내 철강시장 보호 뿐만아니라 원자재를 공급하는 고로밀과 원자재를 외부로부터 조달해 철강재를 생산하는 단압밀간에 협력 생태계를 구축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고로밀은 국내 하공정 업계의 수익성 유지를 위한 가격 지원 정책을 지속하는 한편 수입량 감소로 국내 시장에 국산재 수요가 증가할 경우 수출 물량의 내수 전환을 통해 하공정업체에 안정적인 소재 공급을 보장할 수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 수입 철강재 무풍지대가 된 한국

국내의 경우 중국산 철강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과 일부 철강사의 환경파괴와 같은 불공정성이 그 이면에 자리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상계관세 부과 시 보조금으로 판정된 바 있는 중국 정부의 철강 보조금 지원 유형은 국영 철강사의 지분 참여, 출자전환이나 채무 포기 형식의 채무변제 등 매우 다양하다.

최근에는 일본산 수입도 크게 늘었는데, 내수시장 부진으로 인근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본산은 7월 기준 열연 가격이 톤당 400달러로 중국산 보다 47달러나 낮게 판매됐다.

국내로 유입되는 수입재의 영향으로 한국 철강사들은 오랫동안 생산 물량을 국내가 아닌 수출로 소화해야 하는 기형적인 수출입 구조가 고착되어 왔다. 전통적인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은 자국의 고품질 국산 소재를 적극 사용해 자국 시장에서 철강 수입 비중이 각각 16%와 10%에 그치는데, 이는 한국의 철강 수입 비중이 31%인 것과 크게 대비된다.

한국의 경우, 다른 국가들에 비해 반덤핑(AD) 및 상계관세(CVD)와 같은 무역 규제 조치도 저조하고, 특정 품목의 수입을 제한하거나 일정 가격 이하의 수입을 금지하는 세이프가드 및 최저수입가격(MIP)제도, 각국의 관급재 조달 시 국산재 사용을 장려하는 Buy National과 같은 제도도 없다.

반면, 다른 국가들의 경우,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이라는 명분 하에 수입재에 대한 다양한 방식으로 무역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AD/CVD 규제 및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했으며, EU는 미국의 232조 도입 이후 풍선효과로 인한 역내 수입재 급증을 우려해 세이프가드를 시행했다. 심지어 중국조차도 국내시장 보호를 위해 자국 철강사인 청산강철의 인니법인을 통해 생산·수출되는 STS 열연 소재에 대해 지난해 8월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철강은 제조업의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산업으로, ‘2030년 4대 제조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정부의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 달성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고품질 국산 소재를 사용해야 제품의 품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을 제대로 육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산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소부장의 국산화는 절름발이 국산화에 그칠 우려가 있으며, 제조업 르네상스를 꿈꾸는 세계 5대 제조강국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수입 철강재 의존은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 수입재 국내 시장 잠식이 초래하는 참사

철강산업 중 연강선재 가공산업의 경우 중국산 제품에 이미 시장이 잠식되어, 국내 철선 생산량이 ‘06년 56만 톤에서 ‘19년 38만 톤으로 십여 년 만에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연강선재로 생산하는 스프링 등 고급 제품의 생산 기반도 약화될 수 있다.

비단 연강 선재뿐만 아니라 중국산 수입재가 잠식해 나가고 있는 국내 철강제품은 STS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고층 빌딩, 공장, 체육관 등의 기둥재와 아파트, 학교, 상가, 교량 등의 기초용 말뚝 등으로 사용되는 건설자재인 H 형강도 지난 2010년 이후 중국산 H 형강 덤핑 물량이 쏟아져 들어오며 2015년에는 국내 시장의 30% 이상을 잠식한 바 있다. 10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던 2014년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것이 바로 이 중국산 H 형강이었다.

이처럼 수입재의 국내 시장 잠식은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국산 철강제품들의 생산량이 감소로 이어져 생산 기반이 약화되고, 결과적으로 한국 철강산업과 수요산업의 경쟁력이 동반 약화되는 악순환의 구조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수입재 잠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모델은 경쟁력 있는 국내 철강산업과 수요산업이 협업하여 동반성장을 이뤄내는 것이다. LNG선 화물창에 수입재인 인바(Invar, 니켈, 탄소, 망간의 합금강)강 대신 국산 고망간강을 적용해 조선사는 원가절감을, 철강사는 매출 확대를 이뤄낸 사례나, 수소차에 연료전지분리판용 스테인리스강을 적용해 제품 혁신을 이뤄낸 사례와 같이 수입재 의존을 지양하고 철강산업과 수요산업이 협업해 나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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