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우리나라와 세계 경제를 지속 압박하는 가운데 최근 RCEP(역내 포괄적 동반자 협정)가 통과되면서 우리 정부와 정치권, 경제계, 철강업계가 오랜만에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교역량 상위국가인 일본과 중국은 물론, 성장가도의 동남아 시장에 수출 확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자는 최근 한 소식을 접한 후였기 때문에 ‘RCEP 같은 건으로 기업들에게 기회가 생겨봤자, 우리의 내실이 부족하면 결국 허울뿐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기자는 취재를 통해 정부의 허술한 통상관련 행정 처리로 철강기업에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 정작은 해당 기업은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터라 답답한 속마음을 속 시원히 털어내지도 못하고 있다.
해당 기업이 엠바고를 요청한 까닭에 당장 속사정을 말할 순 없지만, 대략적인 이야기는 이렇다. A기업이 철강업계 대표 수출대상국 관련 통상문제로 우리 정부에 관련 증빙서류를 요청했는데 정부가 뒤늦게 서류를 완료하면서 제출 기한을 놓쳤다.
A기업은 민간 기업이 최대한으로 할 수 있는 대응을 마친 상태였는데, 결국 해당 기업은 기한 내 서류 제출 미비로 수출대상국으로부터 무역 제재를 받았다.
현재는 A기업은 뒤늦게 완료된 정부 서류를 첨부해 수입 당국에 재심사를 요청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기업이 뛰어보겠다는데 정부가 발목을 잡아끄는 일이 발생했다.
요구된 서류는 특별한 내용이 아니었다. 다양한 국가가 수출국에 거의 주기적으로 요구하는 서류로, 기한만 지켰다면 별 문제가 없을 건이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지만 재심사가 원활히 이뤄지길 바라며 속을 삭이고 있다.
철강업을 비롯한 제조업계 입장에선 각종 FTA와 다자 무역으로 ‘기회의 장’만 넓어져봤자, 이번 건 같은 일로 무역 피해를 입게 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일선 기업의 사기만 저하될 뿐이다.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수출을 장려하고 수출 기업에게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음을 알기에 이번 일이 아쉽기 그지없다. 정부가 넓어진 경제 영토에서 기업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도록 보다 세밀하고 내실 있는 행정 지원을 행해 주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