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에너지자원공학)
돌이켜보면 올해는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삼켜 버렸다. 하지만 경제산업 측면에서 보면 가정 눈에 들어오는 게 정부의 “한국판 K-뉴딜”이다. 정부는 우리 산업이 감염병 충격으로 경제 위기와 경제·사회구조 변화가 동시에 발생해 코로나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뉴딜의 목표는 경제혁신을 더해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나서 디지털 경제 촉진을 위한 미래 지향적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K-뉴딜은 미래 성장주도 산업의 핵심인 BBIG(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 4개 산업을 말한다. 이 중 현재 우리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산업이 바로 이차전지 배터리 산업이며 대표적 한국판 K-뉴딜 이다.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배터리가 인간의 심장만큼 중요해지고, 자동차 엔진으로서의 수요가 곧 폭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의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세계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이 전년 대비 52.6% 증가한 46.6GWh로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 올해 전기차용 배터리 세계시장은 119.7GWh, 2025년에는 254.9GWh로 급속 확대가 전망된다. 이차전지 배터리 산업은 넓은 의미에서 신소재 산업으로 분류된다. 배터리의 핵심 원료는 리튬을 포함해 니켈, 코발트, 망간, 희토류 등 전부 희소금속이다. 즉 희소금속의 안정적 확보가 중요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한국 희소금속 원재료 총 교역 규모는 107억 200만 달러(12조원)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이 중 수입은 75억 63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고, 수출은 31만 3900만 달러로 9% 늘었다. 수입 규모가 수출 규모의 두 배 이상이고 증가율도 높다. 결국 희소금속 확보가 관건이다. 따라서 자원개발 전문 공기업인 한국광물자원공사를 앞세워 다시 해외 희소금속 광산개발에 눈을 돌려야 한다. 정부가 나서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자원외교를 강화하는 한편 해외 자원개발에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일본 소재·부품산업에는 뒤처져 있지만 가공·제련 분야에는 일본보다 우위에 있다. 고려아연, 세아베스틸 등은 연(납)·아연, 특수강을 제련하고 가공하는 분야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으면서 세계 수준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아연뿐만 아니라 연(납) 생산량도 세계 1위다. 고려아연이 광석을 대부분 수입하면서도 글로벌 아연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아연 제련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연 생산량 기준으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세계 1위, 영풍 석포제련소는 세계 4위다. 고려아연은 생산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을 이용해 금.은 등 귀금속과 인듐, 니켈, 비스무트, 필라듐, 안티몬, 셀레늄, 백금, 코발트 등 금속도 뽑아낸다. 대부분 상업용 소재로 활용되는 희소금속이다.
그리고 국내 특수강 분야 1위 소재 전문기업인 세아베스틸과 세아창원특수강을 빼놓을 수 없다. 특수강이란 다른 금속을 섞거나 특수 열처리를 하여 강도 등을 향상시키는 철강을 말한다. 예를 들어 니켈-크롬강은 탄소강을 더욱 질기고 강하게 만들기 위해 니켈과 크롬을 약간 첨가하여 특수 열처리를 가한 것으로 자동차나 선박의 동력 전달계 부분에서 큰 힘을 받는 톱니바퀴 등에 사용된다. 세아베스틸은 지난해 10월 야심 차게 개발한 6대 특수강 신제품을 발표하고 양산체제에 들어갔다. 세아베스틸은 국내 자동차 봉강 시장에서 40%의 시장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소재 기업의 핵심역량 구축에 필요한 규제 철폐 등 각종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 한국판 K-뉴딜은 새로운 창조 산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더 잘하게 여건과 규제를 풀고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게 진정한 K-뉴딜의 목적이다. 한국판 K-뉴딜의 핵심은 안정적 원료확보를 통한 신소재 산업 육성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요 정부 정책이 원점에서 새로 시작된다. 이전 정부의 정책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도 없다. 정부의 K-뉴딜이 성공하려면 소재 국산화를 위해 소재산업 육성에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런 정책도 과거 경험을 비춰볼 때 2022년 새 정부가 출범하고 난 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2020년 7월 발표한 “한국판 K-뉴딜”을 기억하고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