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폐기물 수입금지 및 제한에 대한 품목을 결정하면서 폐배터리를 주 원자재로 사용하는 재생연 업체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재활용을 위해 외국에서 들여오고 있는 폐기물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키로 했다. 모든 폐기물 수입을 2030년까지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목표로 수입량이 많은 10개 품목을 최종 결정, 발표했다.
지난해 추진된 수입금지 품목에 폐배터리가 포함되면서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재생연 업체들이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유가금속 회수를 위해 수입중인 폐배터리(56만톤), 폐금속(12만톤), 폐전기전자제품(4만톤)은 원료로서 그 가치가 크고 수입금지 시 국내 원료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기존처럼 수입을 허용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금속 재생 원자재 수입 문제는 일단락 됐다.
국내 금속 재활용 관련 산업은 이처럼 정부의 규제 정책 등에 따라 산업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내몰릴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금속 스크랩의 대부분이 폐기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폐기물 관련 규제 또한 대폭 강화해왔다. 이로 인해 거의 대부분 재활용이 되는 금속 스크랩은 폐기물 규제 강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가공산업이 선진국과 달리 크게 위축돼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개선을 통해 금속 스크랩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오고 있다.
특히 저탄소순환경제 시대에서 철강 및 금속 리싸이클링 산업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원이라는 측면과 더불어 저탄소 생산체제 구축에서 있어서 스크랩 등의 활용은 더욱 그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의 산업구조에 맞게 생산 체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고 그 핵심으로 스크랩의 활용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저탄소 생산기술의 개발과 더불어 스크랩의 효율적인 활용을 통해 탄소중립 시대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선진화된 스크랩 가공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리나라 역시 국내 산업의 구조에 맞는 저탄소 생산 체제 구축을 위한 전략적인 대안 수립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내와 산업 구조가 다른 유럽 등의 전략을 기반으로 목표를 수립하기도 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기본적인 생산체제 및 방식, 원료 활용 시스템 등이 다르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지배적이다.
저탄소 정책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효율적인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기반이 되는 관련 제도의 개선도 병행해서 이뤄져야 한다. 국내 철강 및 비철금속 산업의 저탄소화 실현을 위해서는 선진화된 스크랩 재활용 시스템이 우선적으로 구축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폐기물이 아닌 재활용 제품으로 재분류하거나 준하는 수준으로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
물론 현행 자원순환기본법에 따라 철스크랩 및 비철금속 스크랩은 순환자원으로 인정되면 폐기물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하위법인 폐기물관리법의 규제를 받고 있고 각종 환경규제도 강화되면서 산업 자체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금속 스크랩은 자원순환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순환자원 인정 기준에 가장 적합한 친환경 재활용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인 모순 등으로 인해 친환경 자원이라는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친환경, 저탄소는 함께해야 하는 시대적인 흐름이다. 이러한 흐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분석과 함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