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원자잿값까지 중소기업 ‘삼중고’...“대기업, 갑이란 생각 버려야”
<편집자 주> 중소기업계는 최근 시급한 현안으로 주 52시간 근무제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노동 문제를 꼽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경기가 올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40여 년간 철강업계에 몸담아온 이의현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나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들어봤다.
1. 최근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중소기업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을 무엇인가?
코로나19 이후 국내 중소기업들의 체감 실물 경제는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 중 대출 원금은 물론 이자도 제대로 못 갚는 취약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중소기업 1,244곳 가운데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이 1에 미치지 못하는 업체 비중은 약 50.9%였다.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는 중소기업의 하소연을 귀담아 듣지 않고 각종 규제를 밀어붙였다.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대표적이다. 힘없는 중소기업이라 정부 정책을 역행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저임금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느 정도 진정될 때까지 만이라도 인상을 미뤄달라는 이야기다. 차선책으로 제시한 2022년도 물가 상승률인 1.4% 수준 인상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경우 사전 노사 협의를 통해 양측이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업무량이 일정치 않은 연구개발이나 납기를 맞춰야 하는 직군의 경우 제도 개선이 더 절실하다. 개인 사정으로 추가 근무를 통한 더 많은 임금을 받으려는 근로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노사가 정해둔 노동·휴식시간을 자율적으로 활용하면 양측이 만족할 것이다. 일부 선진국처럼 노사가 임금과 노동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자율권이 부여돼야 한다. 이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2. 최근 원자재 가격 인상폭이 가파르다. 이에 따른 어려움은 무엇인가?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지만 대기업은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은 치솟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이 이를 납품 단가에 제때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원자재를 중소기업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대기업에게도 타격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이 나앉으면 대기업은 수출을 늘리고, 공장 해외 이전도 고려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생산에 차질이 생겨 수입 완제품 가격은 오를 것이다. 대기업은 ‘갑’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중소기업을 원자재를 구입해주는 고객으로 생각해야 한다. 국내 시장 진출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해외 기업들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3. 이러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어떤 일들이 생길 것으로 보는가?
저숙련 근로자의 실직과 신규 고용의 감소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은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 임금이 오르면 고용인은 지출을 줄이기 위해 감원에 들어가거나 신규 고용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저숙련 노동자의 경우 실직할 우려가 크고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들도 노동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24.6%로 미국(6.1%) 일본(10.0%) 보다 월등이 높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은 비정규직 고용 감소만 불러오고 있다. 5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는 131만7,000명으로 30개월 연속 감소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27만 명으로 28개월째 증가세다. 국내 제조업 여건이 악화되면서 최근 4년간 해외로 빠져나간 기업 1만2,333개 가운데 국내로 돌아온 기업은 52개(0.4%)뿐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노동자의 일자리를 로봇 등 자동화 기계가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청년들의 선호도가 높은 공무원 일자리도 안심할 수 없을 것이다. 2017년 일본 지바현 지바시는 인공지능을 도입해 직원 30명이 50여 시간 해야 할 일을 불과 몇 초 만에 끝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로봇과 인공지능의 활용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