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헝다그룹에 대한 기사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기사를 접하며 교훈으로 다가오는 것은 ‘잘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이다. 이 그룹 회장 쉬자인은 ‘빈농의 아들에서 중국 최고 부호로!’가 수식어처럼 붙어 다녔다. 부동산 개발업체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1997년 그룹을 창업하며 차별화 전략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사업을 다각화한 것이 문제였다. 이로 말미암아 부채가 눈 덩어리처럼 불어나 자기자본의 4배가 넘는 부실 그룹이 됐다.
헝다가 파산해 ‘중국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맞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는 2007년부터 불거진 미국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파산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금융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헝다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 고수익·고위험 채권을 가장 많이 발행한 회사로 유명하다. 만약 파산의 길로 들어선다면 채권을 매수한 글로벌 금융기관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금융기관들이 헝다로 인해 손해를 입어 다른 회사들에 대한 대출 회수에 나선다면 금융시장 자금 경색은 불 보듯 뻔하다. 이로 인한 연쇄 디폴트 사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 개입만이 위기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훈수를 둔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자금 유동성이 살아나고 디폴트와 연계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까지 번지지 않기 위해 정부의 간섭이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일본제철은 세계 철강업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잘 나갔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2012년 스미토모 금속공업을, 2016년에는 일신제강을 합병했다. 이 때문에 한때 세계 2위 철강기업으로 자리하기도 했다. 포스코도 이 회사로부터 기술 이전받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 기업에서 벌어지는 일이 심상찮다. 고로를 폐쇄하고 직원을 줄이는 등 군살 빼기가 한창이다. 15기 고로 중 향후 5기를 폐쇄해 10기만을 운용한다는 계획은 충격적이다.
세계적 우상 기업이었던 일본제철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중국 발 철강 공급 과잉 이 문제였다. 중국은 후발 주자였지만 빠르게 기술력을 축적해 대량 생산을 본격화했다. 이 영향으로 회사도 공급 과잉 문제에 직면했다. 우위에 있던 기술력도 한국 철강사에 따라잡혔다. 이에 2019년 4,400억 엔의 적자를 내며 회사는 큰 충격에 빠졌다. 60여 년 동안 일본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기업은 냉혹한 현실 앞에 망연자실했다. 결국 피눈물을 흘리며 구조조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두 기업을 통해 얻는 교훈은 기업이 변화하지 않고 방만한 경영만 일삼으면 지금 영화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뒤늦은 후회는 많은 리스크를 가져온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구조조정은 결코 현명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지금 두 기업은 이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 치열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그 대가가 엄혹함을 입증해 주고 있다. 우리 업계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특히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포스코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회사 12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 세계적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WSD의 평가이니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밖에 현대제철이나 동국제강 등 내로라하는 철강사들의 변화를 위한 몸부림이 거세다. 그리고 그것이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요 핵심 전략은 고부가가치 제품, 기술혁신, 인적 역량 강화, 신성장 동력 사업 추진 등이다. 이것은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개척하려는 변화와 혁신의 노력이 나은 결실이다. 가전과 조선뿐만 아니라 이제 철강도 일본을 앞서가고 있다. 우리 업계가 자랑스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