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소 철강업계와 철강재 가공업체 대표들이 지난해 철강업계 경영실적과 관련된 좋은 평가들은 ‘허상’에 불과하다며 내용이 일맥상통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들 이야기 핵심은 일부 대형사들의 경영 실적 개선 소식 때문에 괜히 단골 고객사에 이윤을 높여 자기만 배 불리는 것 아니냐고 오해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제철업계와 대리점 계약이 맺은 대형 유통업체들은 매출과 순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이들 업체들도 생산원가가 급등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대형 실수요업체들에 협상 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하고 일반 시장에서도 판매 가격과 서비스 가격을 인상 적용할 수 있었기에 예년보다 좋은 수익성을 올릴 수 있었다.
반면 중소 철강업체들과 가공업체들은 지난해에 ‘매출만’ 증가했다며 이를 적극적으로 대외에 알리고 싶어 했다. 이들은 대형 철강사와 대형 유통사로부터 소재를 예년보다 비싸게 구매했지만 오히려 적자를 보면서까지 영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재고를 비싸게 샀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을 올려 팔아야 할 텐데, 왜 제 몫을 받지 못했을까? 원인은 이들의 주요 고객인 벤더사에 있었다.
지난해 대부분 벤더사들은 철강재 및 기타 소재 가격이 급등하자 완성차 업계와 대기업 전자기기 업계, 종합건설사, 빅3 조선사 등에 납품가격 현실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 중 다수는 대기업 제조사들로부터 “경제 악화에 무슨 납품가격 인상이냐”면서 관계를 지속하려면 가격을 낮추자는 요구까지 받았다.
결국 반제품 및 부품 가격이 현실화되지 못하면서 벤더사들은 경영 부실화와 폐업 위기에 내몰렸다. 문제는 중소 철강업체와 철강가공업계가 이 같은 여파에 휩쓸린다는 점이다. 중소 철강업체들은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벤더사를 대상으로 이윤을 남기지도 못하면서도 불안한 어음 거래까지 반강제로 하고 있다.
대기업의 납품가격 후려치기가 한 나라의 제조업 근간을 얼마나 골병들게 하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기업도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감시·관리 주체들은 어려운 경제 여건이라며 쉬쉬하지 말고 문제를 똑바로 바라봐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