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초강세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납품단가 현실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과의 갈등을 넘어 산업 간의 갈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전방산업 수요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 요인에 대한 이해와 정확한 분석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가격 인상을 반대하고 나서는 등 산업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산업간 주요기업들의 가격 협상도 지지부진하다. 철강업체들과 자동차, 조선, 가전 등의 주요사들은 올해 공급가격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관련 중소체들도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도 원가상승분을 제대로 반영시키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상황에서 올해도 마찬가지로 원가 반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일부 업종에서는 생산중단 및 납품중단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제조원가 자체가 크게 상승함에 따라 제품 가격으로의 적용이 현안 최대 과제가 되고 있다. 상부공정에서 최종 제품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의 가격 적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산업 내의 갈등도 재점화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공공기관에 납품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경우에도 납품 가격 현실화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종에서는 계약된 가격으로는 도저히 원가를 맞출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추가적인 가격 반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달청측은 나라장터의 단가 조정 세부기준을 마련해 가격 조정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부 추가 납품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폼목의 경우 관련 단체나 업체의 원가 계산자료 등을 통해 납품 가격 인상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납품업체들의 경우 이러한 제도를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납품가격을 조정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도 및 납품대금 분쟁을 사전에 조정하기 위해 납품대금조정협의제도를 도입했지만 기업들이 활용을 하지 않고 유명무실해진 이유와 같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이 제도를 이용할 경우 심각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 기업 입장에서는 활용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납품을 하는 업체들 역시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더욱이 납품 계약이 2~3년 단위로 진행이 되는데 지난해와 올해처럼 원자재 가격 대폭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계약 가격을 기준으로 납품 요구를 하고 있는 등 가격 구조 자체가 비탄력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 보다 탄력적으로 원자재 가격 변동을 반영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 계약 기간을 단기적으로 줄이고 원자재 변동 상황을 적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 특히 계약시 납품업체들과의 원활한 소통과 협의를 통해 가격을 책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공정위에서도 실태 점검에 들어가면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실질적으로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납품단가 현실화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형 수요업체들의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 또한 제도적으로도 그동안 요구해온 납품단가 연동제를 하루 속히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