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실수요업체들 간의 상반기 협상이 모두 마무리된 모양새다. 그러나 매번 가격 협상이 완료되는 시점이면 잘했다 보다 못했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일쑤다.
가전향과 자동차향은 톤당 3만원과 15만원, 후판은 10만원 정도 수준에서 합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협상 초입부의 호가에 비하면 반토막이거나 제대로 챙기지도 못한 인상분이다.
이를 두고 실수요업체들은 자신들의 원재료 가격 부담을 헤아려 가격폭을 최소화해주지 않았다고 불만이다. 재압연업체들과 유통업체들은 실수요향에서 못 받아낸 가격은 하공정과 유통 부문에 가격을 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들이다.
산업계의 맏형 노릇이 쉽지 않다. 유연탄과 철광석 가격이 원가 비용에서 70% 이상을 차지하는 포스코가 원료가격이 너무 올랐으니 원가 상승분을 반영해주십사 하고 요청드리면 다들 내가 더 죽겠다며 불행 발표대회에 자처하고 나선다. 특히 요즘과 같이 불황일 땐 참가자 수는 많아지고 고성에 귀가 찢길 정도다.
사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반도체 부품난도 조선업체들의 저가 수주 여파도 포스코의 잘못이냐는 것이다. 선주와 현대기아차 측이 원가 인상분을 반영해주지 않는 것이 포스코의 무조건적인 책임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총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수요향 제품에 우선적 편의를 제공해주고 수요 변동폭이 비교적 큰 유통시장에는 가격 인상분을 적용한 것이 잘못됐냐는 것이다.
철강산업의 공급사슬망 구조상 고로 업체의 가격정책은 하공정과 유통, 수요업계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철강 제조업체들 중에서도 유독 포스코만 국민기업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등 논리를 내세우며 수익성보다 공공성을 중시해야 한다며 아우성이다.
민간기업으로 20년이나 된 기업에다 공공성을 살피는 가격정책을 내놓으라는 것은 시대적 착오이며 감놔라 배놔라한다는 것은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다. 그들의 손해를 공동 책임져줄 것이 아니라면 가격정책에 대한 지나친 정서적 학대를 이젠 멈춰야할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