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高)’에 고임금까지 겹쳐 ‘사(死)중고’에 처한 중소기업은 캄캄한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폐업하는 업체도 많고 폐업을 고민하는 업체도 많아졌다. 절망의 긴 터널 끝은 어디인가. 허리가 휠 정도로 일을 해도 희망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강물처럼 깊은 한숨에 좌절은 턱 밑까지 다다랐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써보지만 결과는 허무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최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에게 제출한 ‘정부 관할 국가산업단지 휴·폐업 기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가산업단지 입주한 중소기업 중 최근 5년간 휴·폐업한 업체는 1,813개나 된다고 한다. 특히 올해 5월 말 기준 전년 동기 160개 대비 36% 증가한 218개 업체가 휴·폐업했다. 이로 말미암아 거리에 내몰린 수많은 근로자들이 흘린 눈물은 강을 이루고도 남을 정도다.
끈질기게 버티다 끝내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휴·폐업 기업의 증가세는 법인파산 수치에도 반영됐다. 올해 5월 법인파산 누계는 379건으로 전년 동기 345건 대비 10% 증가했다. 법인파산은 기업이 빚을 갚을 능력이 없을 때 법원에 파산 신청을 내고, 총재산을 채권자에게 채권비율대로 변제하는 절차로 기업에는 최후 수단이다. 법인파산이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중소기업은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다. 신용도 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은행 대출로 자금을 융통한다. 이러한 이유로 고금리는 중소기업에는 큰 리스크다. 돈을 벌어 이자 갚기도 어렵다보니 경영 상황이 갈수록 악화한다. 각종 악재 출현으로 매출도 예전 갖지 않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행이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0.5%p 인상한다고 밝혔다. 타 은행들도 뒤를 따를 것이 뻔하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도 예고돼 있다. 산 넘어 산이 기다리는 고난의 연속이다.
한쪽은 이처럼 초상집 분위기인데 한쪽은 잔치를 벌이는 곳이 있다. 이 때문에 뼛속까지 스며드는 배신감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업인들을 사지로 내몰고 벌이는 잔치이기에 더욱 그렇다.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려서 번 돈으로 임원들에게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한다. 금리 인상으로 차주(借主)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은 도가 지나치다.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이기주의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은행들이 지난 3년간 주로 이자 이윤으로 순익을 냈다는 점이다. 대출 금리를 올려 차주들에게 금리 부담을 지우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임원들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이다. 이들의 행태가 고혈을 빨아먹는 기생충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중소업체는 이자 부담으로 힘들어 하는데 은행은 고리대금업자가 되어 자신들의 배만 불린 것이다.
기업은 물론 서민들도 마찬가지다. 높아진 이자 상환에 살림은 크게 어려워졌다. 이에 자포자기(自暴自棄)하는 기업과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의 성과급 잔치를 보며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크다. 은행의 이익 대부분은 내국인을 상대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번 돈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사회적 책임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이 맞다. 특히 불만이 많은 예대금리차 해소부터 먼저 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남의 일인 양 잊혀진지 오래다.
자신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성과를 냈다면 당연히 성과급을 받는 것이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잔치는 결코 떳떳한 잔치가 될 수 없다. 외환위기 때 은행들을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된 적이 있다. 이러한 과거 때문이라도 은행은 사회 위기를 틈타 폭리를 취해서는 안 된다. 서민들과 중소기업에 힘이 되는 은행이어야 한다. 정부 역시 은행들의 이러한 행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은행이 될 수 있도록 감시·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고리대금업자로 전락한 은행의 모습이 가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