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일명 '백색 황금'으로 불리는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이차전지) 소재사 간 선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광물 중 하나다. 전기차 시장과 함께 배터리 수요도 크게 늘면서 리튬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소재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가 앞으로 3회에 걸쳐 리튬에 대해 얘기한다. 강 교수는 최근 “이차전지 산업의 시장 분석 및 핵심 원료 확보 방안 연구”를 했으며, 한국광물자원공사 개발지원본부장을 지냈고, 현재 세아베스틸지주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는 한반도 지하자원, 자원을 선점하라, 자원강국으로 가는 길 등이 있다. <편집자주>
중국 의존도 줄여야 한다
20세기가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었다면 21세기는 백색 황금이라 일컫는 리튬을 차지하려는 전쟁이 시작됐다. 한국은 세계 1,2위를 다투는 이차전지 생산국이다. 하지만 핵심 원료 확보 경쟁에서는 뒤처지고 있다. 리튬 부존국들은 더 이상 돈만 준다고 해서 자국의 리튬 자원을 무한정 제공하지 않는다. 리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들은 리튬을 무기화해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고 있다. 특히, 세계는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2000년대 초반부터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중국은 리튬 확보를 위해 남미지역에서 광산을 소유하고 있는 채굴 업체를 지속적으로 인수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중국 텐치리튬은 2018년 칠레 최대 리튬 업체인 SQM의 지분 24%를 사들였고 간펑리튬은 2021년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2곳의 개발 권리를 갖고 있는 리테아를 9억6,2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또 지난해 볼리비아 국영기업이 진행한 리튬 채굴 사업 6곳 입찰 경쟁에서 4곳을 따냈다. 나머지 2곳은 러시아, 미국이 나눠 가졌다.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배터리 광물 채굴 시장에서 리튬 13%, 코발트 1%, 니켈 18%, 망간 8%의 점유율을 자치하고 있다. 반면 제련 시장에서 중국은 리튬 44%, 코발트 75%, 니켈 69%, 망간 95%를 점유하고 있다. 이런 배경은 광물 가공과 제련 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발생하고 공정이 노동집약적이어서 대부분 제련 시설을 중국에 집중돼 있다.
대부분 제련 시설 중국에 집중돼 있어
한국은 이차전지 제조 강국이지만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주요 경쟁국 중 가장 높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수입액 기준 한국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60%에 육박하며 주요 생산국 중 1위를 나타냈다. 2010년 35.6%에서 2020년에는 58.7%까지 늘어나면서 10년 만에 23% 포인트 급증했다. 일본과 독일도 중국에서 배터리 핵심 광물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중국 비중은 우리나라에 크게 못 미치는 각각 41%와 14.6%로 집계됐다. 광물별로 배터리 핵심인 산화코발트, 수산화코발트(83.3%.중국), 황산망간, 황산코발트(77.6%, 중국), 산화리튬, 수산화리튬(81.2%, 중국), 탄산리튬(89.3%, 칠레), 황산니켈(59%. 핀란드) 5개 품목에서 우리나라의 특정국 의존도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특히 천연흑연(87.4%), 이산화망간(69.6%)은 중국 비중이 가장 높다.
최근 블론버거는 배터리 공급망을 보유한 30개국의 경쟁력을 평가하면서 한국을 공동 6위에 올렸다. 배터리 제조 분야에는 중국에 이어 2위였지만 원자재 수급은 17위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10월까지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 64%, 코발트 90%, 흑연 91%에 달했다. 현재 한국이 해외에서 리튬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두 군데다. 포스코홀딩스가 아르헨티나 살타주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서 수산화리튬을 생산하기 위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간 2만5,000톤을 생산 목표로 2024년 상반기 준공을 계획하고 있으며, 총 투자비는 8억3,000만달러 수준이다. 생산되는 수산화리튬이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것은 2025년 이후가 될 것이다. 호주에서도 리튬이 생산되고 있는데 역시 포스코가 2018년부터 필강구라 리튬 광산 사업에서 진행을 하고 있다.
리튬 가격 하락할 때 투자 늘려 나가야
백색 황금으로 불리는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 핵심 광물이다. 그런데 리튬 국제 거래 가격이 최근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3일 기준 톤 당 53만2,500위안(한화 약 9,900만원)을 기록했다. ‘21년 12월 27만위안이었던 리튬 가격은 지난해 두 배 넘게 올라 11월 58만,1500위안까지 급등했다가 한 달 사이 10%가량 내렸다. 원자재 시장 조사 업체들은 앞으로 리튬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태리는 올 하반기 리튬 가격이 톤당 47만위안, 골드만삭스는 10만위안대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판단을 내놓는 근거에는 부동산 경기 하락이 자리하고 있다. 건설 경기가 식으면서 리튬의 수요처 중 하나인 건설 타일, 세라믹 등 제조에 투입되는 리튬의 비중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지난해 글로벌 리튬 수요는 전년도 보다 26.1% 증가한 105만9,000톤이고, 공급은 53% 늘어난 96만1,000톤에 달해 공급 부족이 발생했다.
리튬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에 활용되는 리튬은 다른 희소 광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장량이 많지 않다. 또 다른 문제는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 등 배터리에 쓰이는 화합물로 정제·가공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가공 과정에서 환경 파괴가 우려가 크고 대규모 인력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리튬 생산은 1~2년 단위로 계획되고 광산 개발에도 5~7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